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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2. 2023

산업의 변화

변화의 흐름 속에 산도도시 태백의 철암탄광역사촌

어릴 때 연탄은 추운 겨울을 나게 해주는 연료이기도 했지만 국가차원의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탄광의 역사는 100년이 넘지만 국내에 딱 3개 남은 공영 탄광이 내달 전남 화순광업소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매년 하나씩 차례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원자력·가스·태양광 등에 앞서 대한민국의 동력(動力)이 돼줬던 100년 넘는 탄광 역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6월 전남 화순광업소를 시작으로 2024년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 2025년 강원 삼척 도계광업소 등 석탄공사가 운영 중인 탄광을 차례로 폐광할 방침이니 이곳 태백도 기반산업에서 석탄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곳 철암이라는 곳도 옛날 탄광산업이 활성화되었을 때 영화를 누리던 곳이었다. 지금은  마을 전체가 영화 세트같이 30년 전 탄광촌 풍경에 멈춰져 있고, 박물관 내 아트하우스에 예술가들의 시각으로 철암을 재조명한 예술작품들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다. 

석탄은 철기시대를 열게 해 주는 자원이기도 했다. 철을 녹여서 필요한 생활도구나 무기 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철기시대의 국가의 존망을 가르기도 했었다. 에너지산업차원에서 석탄의 역사는 100여 년이지만 철기시대까지 올라가면 그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철암탄광촌이 호황을 누릴 때인 1980년대까지 석탄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제1의 에너지원이었다. 국민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로 점점 전환하고 환경에 관한 인식도 바뀌면서 석탄의 전성기는 저물었는데 1988년 2430만 톤(t)으로 정점을 찍은 국내 석탄 생산량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잊혀가는 석탄산업의 역사와 광부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으며, 사람은 넘치고 주거공간은 부족하던 시절 개울 바닥에 지지대를 만들고 주거공간을 넓힌 까치발 건물이 이곳에 보존해 두어 생활사 박물관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을 전체가 영화의 세트장과 같은 것이 특징이다. 

철암탄광역사촌에는 탄광산업이 활성화되었을 때 사용되었던 구조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30여 년 전 인구 3만여 명의 최대 상권이었던 철암동은 현재 2000명대 초미니 마을로 전락했다. 

난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탄광 역사·문화투어와 도보 투어 등 다채로운 관람객 유치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시설을 둘러보고 문화관광해설사가 관람객들에게 국내 유일의 선탄시설이자 국내 최초의 무연탄 시설인 철암역두 선탄시설(국가등록문화재 제21호)의 기능과 역사, 에피소드 등을 들어볼 수 있다. 

이곳의 철암역두 선탄시설은 지난 1935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건설돼 현재까지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최초로 석탄이 캐기 시작했다는 태백 곳곳의 채탄장에서 캐서 보내온 원탄을 선별하고 가공해 현장에서 쓸 수 있게 만들어 기차에 싣는 시설이다.

주거의 형태도 달라지고 산업의 구조도 달라졌다. 이제는 탄소를 배출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태백 철암동은 석탄산업에서 관광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넓지 않은 지역에 3만여 명이나 살았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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