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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5. 2023

우아한 쉼표

예쁘고, 아름답고, 우아함을 찾아 떠난 부여 성흥산

누군들 우아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지 않을까. 시간에 쫓기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날은 무언가를 해봐야지 하면서도 다시 똑같은 일상을 산다. 그렇게 하다 보면 한 달이 가고 한 살을 더 먹고 나서 시간이 언제 그렇게 갔는지 토로하곤 한다. 글로 많은 것을 남기고 싶지만 때론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불안감도 있다. 

바람과 구름과 비는 예측이 가능한 것 같지만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예측이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1.5도가 더 올라가게 되면 기상청에서 하루 앞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기상의 급변이 오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바람과 구름과 비라는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21세기 과학문명의 시대에도 우리의 운명을 살피는 명리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들은 예측이 불가능한 것을 왜 예측이 가능한 영역에 두려고 할까. 

호국염원의 담긴 산성여행이 6월 여행의 콘셉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6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로 '산성 여행'을 선정하고 추천 여행지 5곳을 발표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호국의 염원으로 이뤄진 산성을 거니는 것도 좋고 싱그러움을 만나는 것도 좋다. 

백제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담은 가림성은 501년(동성왕 23)에 위사좌평 백가(苩加)가 쌓았다고 전한다. 백제 때 성곽 가운데 유일하게 축성 연대를 알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산이 그렇게 높지는 않으나 양쪽으로 암벽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올라가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경사가 급한 편으로 잘 살펴보면 멋들어진 소나무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 올라와서 보니 성벽이 쭉 이어진 것이 보인다. 성안에서 우물 터, 군창으로 추정되는 건물 터, 초석과 남문 터 등이 확인되었는데 성흥산성으로 알려진 부여 가림성(사적)은 성흥산(286m) 정상부에 쌓은 석성으로 둘레는 약 1500m, 성곽 높이는 3~4m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지금 그 자리에서 고개만 돌려도 의미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저 아래에 있는 나무의 수를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행복은 사실 우리의 삶을 수놓아 가는 무수하게 많은 순간들이지 않을까. 

오후 4시, 우연한 산책에서 우연한 쉼표를 만나기에 좋은 때다. 한낮의 더위가 잠시 물러가며 우연히 마주친 풍경에서 많은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자연은 서로를 부러워하거나 비교하는 법이 없다. 어떤 것을 사라져 가고 어떤 것은 새로 생기기도 한다. 성흥산성은 백제 동성왕 23년 서기 501년에 백제시대 가림성으로 지어졌는데 이곳에는 제사를 지내는 공간도 꼭대기에 남아 있다. 

겨울에 왔을 때는 나뭇잎이 하나도 없었는데 봄마다 새롭게 꽃이 피듯 풍성해진 사랑나무가 보인다. 이 나무는 산성의 끝자락에 있어서 더욱더 돋보인다. 저 너머로 탁 트인 것이 이곳 풍광의 매력이다. 

이곳 성흥산성의 사랑나무를 보고 그 아래 표현된 것처럼 우아한 쉼표를 찍어본다. 무언가 볼 줄 아는 눈은 한 번에 생겨나는 법이 없다.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생겨나서 눈에 근육을 만들어주고 그 근육은 새로운 감성으로 이어준다. 그렇게 노력하고 나서야 우아하다는 것을 조금은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고 싶다면 많이 보아야 한다.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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