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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6. 2023

다정한 옛길 풍경

낙동강변에 자리한 예던길 선유교

어디든 떠나고 싶은 계절이 왔다. 푸릇푸릇한 봄도 좋지만 더 녹색의 색감이 진해진 이맘때에는 에너지가 더 넘치는 느낌이다. 계절이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은 차를 움직여 어딘가로 떠나며 때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여행의 감성을 돋워준다. 봉화의 골은 깊은데 그 깊은 골 주변에는 걷기 좋은 길들이 있다. 조금은 더디게 지나는 이 길에서 다정한 옛길 풍경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낙동강변을 가다가 눈길을 끄는 출렁다리가 있어서 멈추어 섰다. 이곳에 자리한 산은 말리산으로 높이 792미터의 산으로 청량산과 문명산을 마주하고 있으며 화전민이 살았던 곳이다. 이무기가 살았다고 전하는 큰 못도 있으며 관창폭포와 갈골계곡이 있는데 그 사이로 맑은 물이 흘러내려가고 있다.  

멋진 풍광이 있으면 멈추어서는 것이 사람의 당연히 해야 될 일이지 않을까. 이곳에 붙여진 이름은 예던길의 예던은 가다 다나다를 뜻하는 옛날 예다에서 딴 이름이라고 한다. 예던길 선유교는 백용담 소 위의 신선이 노니는 다리라는 의미로 퇴계 이황이 10대 때 숙부에게 글을 배우기 위해 청량산을 오갈 때 걷던 길이라고 한다. 

퇴계 이황 같은 사람의 이름이 지금도 회자되고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것은 그의 삶이 말한 대로 행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해본 사람만 이 알 수가 있다. 말을 뱉어도 지킬만하면 지키고 지키고 싶지 않으면 지키지 않는 것이 사람의 얕은 마음이다. 

이곳 출렁다리를 건너가 보기 위해 다리로 걸어서 가본다. 벤치가 있는 옆에는 조각상이 있는데 무엇을 상징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출렁다리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흔들림은 없다. 요즘에는 계곡을 이어주는 다리는 대부분 이런 형태로 만들어진다. 물에는 다양한 성분이 있어서 담긴 물마다 색깔이 다르다. 이곳을 흐르는 색은 산과 자연과 어울리는 진한 녹색이었다. 

오염되어 만들어지는 녹색빛의 물이 아니라 맑지만 그 아래에 산이 담겨 있는 녹색의 물길이다. 물에 비쳐서 그려진 산과 계곡의 모습이 물의 표면을 감각하게 만들고 빛을 받고 자란 나무가 흔들리듯이 생명력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어떤 곳을 다녀오면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이 오롯이 기억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그 공간을 갔을 때의 느낌과 나중에 보았을 때의 감정에 따라 그곳은 다르게 그려진다. 기억을 재구성하고 생각을 더한 공간을 글 위에 옮게 놓는다. 

예던길선유교의 옆으로는 호젓하게 걸어볼 수 있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계곡의 폭이 넓은 편이어서 마치 유명한 곳의 구곡 같은 느낌이 든다. 

선비가 다니던 길이라는 예던길은 오솔길이다. 낙동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경치에 서정적인 느낌이 있는 곳이다. 볕도 좋고, 산의 초목이 에너지가 넘치며 여름빛 찬란한 봉화를 드라이브하며 여행해 본다. 

청량한 기운이 오가는 이곳에서 물이 맑은 것을 볼 수 있다. 선비가 걷던길이며 퇴계 이황이 배움을 위해 오가던 이곳에서 멀리 있는 고산정과 같은 정자가 연상이 된다. 이황의 생각이 담긴 서책은 임진왜란 이후에 일본으로 반출되어 일본의 에도막부시대에 지식인들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계곡을 흘러가는 물줄기를 바라보면서 퇴계 이황이 바라봤던 그 풍경이 어떠했을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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