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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4. 2017

구찌 터널

베트남의 저항의 상징이었던 곳

역사적인 아픔을 간직한 곳이면서 저항의 상징이었던 공간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진 곳이 있다. 과거 저항과 아픔의 상징이었던 공간을 없애는데 주력을 했던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프랑스 식민시절 적군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베트남 전쟁 당시 거세지는 미군의 공격에 깊이 약 8m, 길이 약 250km에 해당하는 땅굴 터널을 형성했다. 미군은 터널의 존재를 알고 고엽제, 융단 폭격 등의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게 됐다. 지금은 베트남 국민의 자부심이자 꼭 가봐야 할 관광지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 했다.

구찌 터널은 베트남 어로 Dio Dao Cu Chi라고 표기할 수 있다. Song Sai Gon이라는 강 옆에 자리한 이곳은 무려 250km의 연장을 가지고 있는 곳인데 프랑스 식민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막강한 위력을 미국과의 베트남전 때 발휘되었다.

베트남의 전통 의상을 연상케 하는 피겨 제품뿐만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입구에서부터 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일본의 전략과 유사하다.

상당한 시설규모를 자랑하는 구찌 터널은 전부 공개된 것은 아니고 덴빈과 벤즈억 동굴 등만 공개되어 있고 그중에 막사 등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상황판과 비디오를 상영하면서 관광의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이곳을 잘 소개해준 가이드는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꽤나 자부심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미국이 엄청난 물량을 쏟아붓고 화력을 쏟아부었는데도 이기지 못한 나라 베트남 국민들의 남다른 자부심은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였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비롯하여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곳에서 설명하는 영상을 아주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과일이나 선인장 같은 것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한국도 서울에 경복궁이나 북촌 한옥마을 등 인기 있는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나 베트남만큼 다양한 국가에서 온 관광객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베트남은 어떤 국가일까.

구찌 터널에서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체험은 바로 옛날에 파놓은 굴로 들어가는 것이다. 비교적 돌아다니기 쉽게 넓혀놓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좁고 답답하다. 불편을 팔다는 모 기업의 캐치프라이즈처럼 이곳 관광지는 불편을 팔면서 사람들의 인기를 사로잡고 있다.

덩치가 상대적으로 큰 외국인들은 터널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몸을 한껏 움츠려야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주의를 소홀히 하면 흙이 옷 곳곳에 묻을 수밖에 없다.

그 좁디좁은 굴로 들어와서 바깥을 쳐다보았다. 폐쇄 공포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들어가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아열대 기후의 베트남에서 이곳은 몇 백 미터만 돌아다니면 땀이 금방 등을 적신다.

베트남전에서 소련 등에서 무기를 공급받기는 했지만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물량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전력 열세를 베트남은 부비 트랩을 통해 그 차이를 좁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푼 지 스틱 (죽창 함정)은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이었고 커다란 총앙을 못에 박아 땅이 심어 둔 상태에서 사람이 밟으면 총알이 발사되는 형태로 발목지뢰와는 다른 강력한 부비트랩으로 활용이 되었다.

베트남 지휘관들은 베트남의 날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베트남의 우기는 5월에서 10월 사이로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다. 즉 쾌적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11월에서 4월 사이에 그곳을 방문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주로 땅위에서 전격전을 준비하였던 미국과 달리 베트남 군은 언더 그라운드 생활을 즐겼다(?). 온갖 첨단 무기가 발달하더라도 날씨 요소와 지형적인 특징은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국방부에서 수집하는 날씨 정보는 대게 기밀이다.

여행에서 먹거리가 빠질 수 있겠는가. 비교적 저렴한 베트남 물가라고 하더라도 관광지에서는 비교적 비싼 편이다.

베트남 여행에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지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오래된 저항의 역사를 오롯이 가지고 있는 곳에는 나이 든 외국인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은 전쟁 중에 신발은 타이어를 재료로 이용해 만들어 신고 다녔는데 구찌터널에는 아직도 그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신발을 만들어서 파는 곳이 있었다. 몸에는 그렇게 좋지는 않을지 몰라도 효과적인 수단이었을 것이다.

공개된 구찌터널 공간을 둘러보고 나오면 사람들이 모여 있다. 베트남전 당시 겉으로 보면 이념전쟁이고 정의로운 전쟁의 참전이었지만 사실 외화획득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 시대상으로 볼 때 냉전 반공주의였다고 주장할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베트남전의 실체를 당시의 시각으로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네 편과 내편을 나누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극단적인 논리를 용인하는 사회로 만드는 부작용이 훨씬 심하다.

저항의 상징이라는 구찌 터널로 직접 들어가 보았다. 한 순간도 허리를 펼 수 없는 이 공간에서 어떻게 작전을 전개하였을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그곳을 지나 드디어 출구의 햇빛을 보자 반갑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는 이대로도 괜찮은 사회를 살고 있는지 베트남을 통해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기회를 얻었다.

구찌터널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다소 야위어 보이는 새끼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고 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좋아하는 이유는 적어도 배신한다던가 떠나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고양이들의 다재다능한 특기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고양이로 인해 마음의 구멍을 채우면서 용기를 얻는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사요코는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리어카에 고양이들을 싣고 돌아다니며 외친다.
“외.로. 운 사람에게~ 고양이, 빌려드립니다~”

"여행 오는 사람에게 ~고양이가 애교를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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