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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1. 2023

욕지도 고등어

비 내리는 날 통영의 연기마을을 걸어봄

삶이라는 것이 평탄할 수도 있고 평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공평함과 공평하지 않은 관점으로도 볼 수 있지만 역경은 사람의 색채를 다양하게 만들어준다. 역경의 흔적이 너무 깊어서 마치 하나의 신념처럼 자리 잡아 더 왜곡된 삶을 살게 하기도 하지만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자연 속의 동물들이나 바닷속의 물고기들, 미역 같은 해조류도 그렇다. 한국에서 많이 잡히지 않아 비싸지만 맛이 그렇게 좋은 다금바리를 평온한 아열대 기후 바다의 필리핀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가. 한국에서 먹은 맛과 전혀 다르다. 

이곳은 유속이 빠르게 흘러서 지나가는 통영과 거제 사이에 자리한 견내량이라는 곳이다. 이곳의 연기마을은 조금은 독특한 마을이기도 하다. 연기마을에서는 4월부터 600년 이상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해양수산부로부터 지난 2020년 7월 6일 제8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받은 견내량 돌미역이 나온다. 

똑같아 보이는 바다라도 전라남도의 남해에서 채취되는 미역과 통영 연기마을 견내량의 돌미역은 다르다. 물론 부산의 기장에서 생산되는 미역도 다른 매력이 있지만 견내량의 돌미역의 생산량이 훨씬 적기 때문에 희소한 가치가 있다. 

이곳 통영 연기마을과 견내량을 건너 거제 광리마을은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미역 채취가 시작되면 두 마을이 함께한다. 연기마을과 광리마을에서는 전통 미역채취 도구인 틀잇대를 사용해 미역을 채취한다. 틀잇대는 총길이 약 13미터, 4 부분(틀잇손, 틀잇대, 틀잇통, 틀잇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수공예로 제작된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드는 것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지 않은가. 

견내량의 미역이 왜 맛이 좋을까. 통영과 거제사이의 해역이 좁기 때문에 바닷물이 빠른 물살을 이루며 빠져나간다. 같은 양의 물이 흘러갈 때 베르누이 방정식에 따라 유체의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낮아지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것이 바다에도 적용이 된다. 

물의 흐름이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수질이 정화된다는 의미도 있다. 빠른 물속에서 자라는 미역은 평온한 바다에서 자라는 미역과 달리 연기마을 앞바다에서 자라는 미역은 수심 바닥층 돌에서 거센 물살을 이겨내면서 자라기 때문에 더 맛이 좋다. 

국가중요어업유산 자연산 돌미역은 임금님의 수라상에 진상되었던 미역으로 잘 알려져 있고 생으로 먹으면 아삭해 식감이 좋고 국을 끓여 먹으면 잘 퍼지지 않고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 깊은 맛을 낸다고 한다. 

통영에는 다양한 자원이 있다. 수많은 기술들이 통영에 집중되었고 지금도 손수 제작한 다양한 공예품이 통영에서 생산되고 있다. 예술가의 고장답게 통영 악사는 2015년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 진행하고 있는 버스킹 공연도 올해 만나볼 수 있다.  

연기마을의 등대 너머로 채취되는 돌미역은 올해도 내년에도 채취가 되겠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이곳도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연기마을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와 보았다. 섬이 많은 통영은 배로 갈 수 있는 곳도 있고 해간도와 같이 다리를 건너서 갈 수 있는 섬도 있다. 

통영의 앞바다에서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잡히는데 대도시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싱싱하다. 에너지가 넘치는 통영의 회를 한점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도 고등어로 유명하지만 통영의 욕지도 고등어도 그에 못지않다.  골짜기마다 사슴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여 녹도(鹿島)라고 불렸던 섬 욕지도는 욕지항 안에 작은 섬이 거북이 모양으로 목욕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욕지(浴地)라 하였다는 설이 있다. 통영 욕지도에서 잡히는 고등어가 맛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욕지도를 가면 꼭 고등어를 먹는다. 그렇지만 통영의 전통시장에서도 욕지도 고등어를 맛볼 수 있다. 

아스식 해안으로 151개의 도서(유인도 43개, 무인도 108개)가 있는 통영의 해안선길이는 총 616.8km에 이르니 그 해안선을 따라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까. 통영에서 1박 2일을 한다면 욕지도 고등어 회를 한점 먹고 저녁과 아침식사로 연기마을에서 채취되는 자연산 돌미역으로 끓여낸 영양가 많은 식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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