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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1. 2023

항해 (航海)

아펜젤러 항해하여 한반도 서천에 닿다. 

조선시대에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이 땅에 오가곤 했지만 기록에 남은 것은 많지는 않은 편이다. 대표적인 사람으로 네덜란드 청년 하멜이 이곳에 왔다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하멜표류기를 쓰기도 했다. 최초의 주식회사라는 동인도회사에서 근무하던 하멜은 13년의 세월 동안 갖은 고초를 겪은 뒤 조선을 탈출했고 조선인들의 힘든 모습을 알리기도 했다. 하멜은 기독교도였는데 일본으로 가는 것을 귀화했던 박연이라는 사람이 만류했다. 조선이나 일본은 당시 서양의 과학이나 종교를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1653년 하멜이 조선땅에 도착하고 나서 한참의 시간이 흘러 이곳에 다시 온 사람이 있다. 1816년 영국의 알세스트호와 리라호가 정박하여 맥스웰에 의해 최초로 성경이 전해졌다. 한국 최초 성경전래지 기념관 및 기념공원은 기독교 최초 성경 전래지인 서면 마량리 일대를 서해안의 대표적 해양 문화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에 걸쳐 조성되었다. 

이곳에 전해진 조선 최초의 성경의 이름은 킹 제임스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아이슬란드 각각의 국기가 있던 국기를 합쳤던 킹 제임스의 주도아래 당시 47명의 학자들이 웨스터 민스터, 캠브릿지, 옥스퍼드 등 세 군데서 모여 6개 그룹으로 편성되어 15개의 번역 기본원칙을 수립하여 통일된 하나의 영어 성경을 만든 것이다. 그때가 1611년이다. 

이후에 다시 영향을 미친 것은 19세기말인 1885년에 한국에 입국하여 한국선교회 및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다. 대전에 가면 배재대학교라는 대학이 있는데 그곳에는 아펜젤러관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배재학당은 배재대학교의 전신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들인 헨리 다지 아펜젤러는 배재교가를 작사작곡했다 

한국의 개신교에서는 언더우드, 스크랜턴 모자, 아펜젤러와 함께 입국을 시도했던 날을 한국의 개신교 최초의 날로 보고 있다. 앞서 배재대학교에 아펜젤러관이 있듯이 서울의 연세대학교에는 언더우드관이 있다. 그가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아펜젤러 순직 기념관으로 아펜젤러와 그의 부인 그리고 성경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직접적인 조선의 독립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하거나 당시 조선에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이들을 교육 및 계몽하는데 힘써 독립운동사에도 의미를 갖는 인물이 아펜젤러라고 한다. 

그가 이 땅에 오고 난 다음 해인 1886년도에 한양에 콜레라가 크게 창궐하자 조선 왕실은 제중원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고를 쏟아부었는데 중간에 탐관오리들이 이 구제비를 야금야금 빼어가자 화가 몹시 나서 아펜젤러를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때론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다. 항해라는 것을 통해 많은 것이 이동하였고 종교나 철학이 자리 잡기도 했다. 조선의 철학인 유교가 제대로 그 흐름을 이어왔다면 지금은 그 방향이 달라졌을 것이다. 생각이 머물게 되면 반드시 왜곡되기 마련이다. 

이곳에는 아펜젤러뿐만이 아니라 동시대에 활동했던 사람들의 흔적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로제타 셔우드 홀은 캐나다인 의사인 윌리엄 제임스 홀과 결혼한 후 조선땅에 와서 의료에 힘을 썼다고 한다. 1917년부터는 동대문병원에서 일하면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인 여자의학원(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을 설립했다. 의료와 관련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요즘에 보면서 의학을 바라보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의료분야는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많은 사람이 일해야 한다. 

조선땅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아펜젤러는 1902년에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에 위치한 어청도 앞바다에서 목포에서 열리는 성경 번역자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대판산성주식회사의 구마가와마루 호에 타고 있다가 같은 회사의 선박 기소가와마루 호와의 충돌사고로 바닷속에서 순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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