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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1. 2023

마음의 변화

익숙하고 낯선 말을 건네는 당진 아미미술관

보통 꽃은 피거나 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치 계속 피고 있는 백일홍조차도 한 나무에서 피는 시기가 다를 뿐이지 피고 지는 것은 일반적인 자연의 흐름이다. 여름에 피는 연꽃 역시 피어났다가 지지만 하루에 꽃봉오리를 닫았다가 다시 여는 것이다. 그렇지만 꽃이 피어서 색깔이 계속 바뀌는 꽃이 있다. 장미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잔잔하고 편안하게 보라색으로 피어 푸른색으로 변했다가 연분홍빛으로 바뀌어간다. 지금 이 시기는 보라색, 푸른색, 분홍색이 함께 담겨 있는 모습을 감상해 볼 수 있다. 

녹음이 드리워진 터널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 당진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아미미술관이 나온다. 지금 아미미술관에서는 사진을 주제로 하여 익숙하고 낯선 말들을 건네고 있었다. 사진은 현대인에게 매우 친숙해졌지만 예술로서의 사진은 일상의 사진과 구별되는 행보를 걷게 된다. 프로젝트 사진 그룹이라는 시작(SIZAK)과 함께 전시전을 열고 있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시작이 있으면 과정이 생기며 과정을 지나쳐가다 보면 마무리가 되며 결말을 맞게 된다. 수구화(繡毬花)라는 한자 이름은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란 의미이며 초여름에 줄기 끝마다 작은 꽃들이 서로 옹기종기 모여 초록 잎을 배경으로 연한 보랏빛을 띤 동그란 꽃 공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 역시 사진을 찍고 사진을 통해 대화를 하며 글을 쓴다. 시작이라고 하는 그룹은 중앙대학교의 순수사진 전공 졸업생,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포트폴리오 플랫폼이라고 한다.  

사람을 자세히 보면 꽃과 닮아 있다. 봄이 인사를 하고 다음을 기약할 때 피어나서 초여름까지 계속 변하는 수국처럼 사람 역시 시간이 지나 바뀌기도 한다. 무언가를 보고 기르면서 하는 일이란 대체로 일상과 겹쳐 있으며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DSLR의 렌즈들 중 광각렌즈는 세상을 왜곡시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일명 어안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도 한다. 

다양한 사진 속에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엿볼 수가 있는 전시전이다.  

아미미술관이 좋은 이유는 각종 식물이 건물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하며 환희에 차 뿌리를 박차고 오르며 건물을 감싸고 식물들은 어떻게 보면 낙관적 미래를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풍성하고 다양한 식물들 사이로 걸어서 가본다. 식물들이 원하는 만큼 무성해진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때론 식물들과의 대화도 해볼 수 있다. 생명에 대한 또 다른 믿음을 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수국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서 수국으로 돌아왔다. 수국의 색이 지금 가장 아름다운 듯하다. 연 보라색은 거의 희미해져가고 있으며 파란색은 속살처럼 사라져 가고 있다. 가장 많은 보이는 색은 분홍색이다. 꽃말은 냉정, 냉담, 무정, 변덕, 변심이지만 역설적으로 진실한 사랑, 진심, 인내심이라는 꽃말도 존재한다. 어떤 쪽의 꽃말에 마음이 가는지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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