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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5. 2023

엘리멘탈

불에서 온 여자, 물에서 온 남자의 소통이야기

사람은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지만 남자와 여자는 특히 다르다.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것은 보면서도 때론 같은 것을 생각하기도 한다. 후자는 섞일 수는 없지만 마주 볼 수 있는 남녀의 이야기다. 오래전에 금성에 온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라는 책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 접근법보다 더 현실적이고 인생을 직관해 볼 수 있는 영화가 엘리멘탈이다.


영화에서 종족으로 등장하는 원소는 불, 물, 공기, 흙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보다 캐릭터의 개성이 또렷해지고 잘 표현해 냈다. 흙은 느릿하지만 믿음직하고 공기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유연하다. 물은 형체가 있다가 없어지지만 다른 이를 살릴 줄 안다. 마지막으로 불은 가장 폐쇄적이지만 변화를 만들어내며 열정적이다. 사람의 혈액형보다 이런 원소의 특징을 살려 사람을 바라보면 더 명확할 듯하다.


사람을 대체적으로 네 가지 형태의 원소가 버무려져서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불이 다른 세 가지와 특별히 다른 것은 끊임없이 바뀌는 특성 때문에 유일하게 변화를 만들어낸다. 물도 흐르지만 어디까지나 그 자체로 존재가 가능하다. 불은 존재하기 위해 에너지를 부여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불같은 여자와 물 같은 남자와의 조합은 꽤나 의미 있고 재미가 있다. 물이 많은 사람은 관찰력이 있지만 적극성이 떨어진다. 불은 적극적이지만 스스로를 조망하는 것이 부족하고 가족지향적이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아빠가 자신을 위해 헌신한 것에 큰 부담을 느끼면서 다른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기대나 가족의 지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절대 만나면 안 될 물과의 교감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해 간다.

누군가가 이루어가는 꿈은 그 사람만의 꿈이다. 그 꿈이 자식이나 동생의 꿈이 될 수는 없다. 에너지가 넘쳤던 불은 물의 적극적인 시도 아래 알을 깨기 시작한다. 세상의 불편한 시선과 왜곡은 결국 스스로가 만든 것임을 알게 된다. 그냥 거기서 머물러 살 수도 있었지만 세상을 열어가면서 무얼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안 되는 이유를 찾으려면 셀 수 없이 많다. 불이 물과 만나면 꺼지던지 물이 증발한다. 그렇지만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엘리멘탈은 재미와 메시지, 감동과 화려한 볼거리까지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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