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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2. 2023

연꽃 향기

올여름 싱그러운 로맨스처럼 만나는 옥천 연지

뇌는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내며 몸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사람이 느끼는 즐거움이나 고통은 영원히 지속되지가 않는다. 계속 즐겁고 흥분된 상태가 지속되어도 몸이 버틸 수가 없고 차분하게 가라앉게 하는 진정은 고통을 느끼는 감각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사람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면 위험은 인지할 수가 없다. 마약 같은 향정신성 물질은 뇌의 이 모든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할 때는 기다리는 즐거움도 있듯이 계절마다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는 꽃들이 있다. 올여름 싱그러운 로맨스의 기쁨과 설렘처럼 피어나는 꽃은 바로 연꽃이다. 옥천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의 바로 옆에는 연지가 있다. 

옥천향교로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가는 곳에 능소화도 아름답게 피어 있다. 능소화의 꽃말은 그리움이며 진득한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자 도시에 공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형태의 공원이 현재 도시공원의 효시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지금과 같은 공원은 없었다. 옛사람들의 나들이 공간은 산과 계곡이었다. 궁궐밖으로 언제든지 나가지 못했던 왕과 왕비를 위해 궁궐 내에 아름다운 계곡이나 산을 재현해 둔 곳은 있었지만 도성등에서 공원을 보는 것은 없었고 주로 산과 계곡을 돌아다녔다. 

사라진 5개의 연못인 동지(東池), 서지(西池), 남지(南池), 어의동지(於義洞池), 경모궁지(景慕宮池)는 한양에 있었다고 한다. 경복궁 향원정지나 창덕궁 부용지처럼 통제된 구역이 아니기에 당시 연지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여름내 물 위로 솟은 연잎과 향기로운 분홍빛 연꽃이 환상적인 곳이다. 날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조명을 켜둔 것처럼 연꽃에 빛이 나는 것이 독특했다. 예로부터 연지는 방재(防災)의 공간으로 활용이 되었다. 못(池)은 도시에 물(水)을 담고 또 불(火)을 다스리기 때문이다. 홍수 땐 물을 담는 저류조이고 화재 시엔 방화수조의 역할을 했기에 단순히 연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한 의미를 넘어섰다. 

몇 송이의 연꽃이 피어 있는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연꽃의 모습이 이곳을 수놓고 있었다. 진흙탕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운 연꽃처럼 그토록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속에도 자비심을 가진 빛이 있다고 한다. 


살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죽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것은 풍경 사이에서 보이는 연꽃 같은 아름다운 것도 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쌓여가는 피로 속에 계속 문제만 생기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이쁜 것을 더 많이 보다 보면 일상 속에서 유머와 말장난도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연꽃을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지만 이렇게 빛나는 연꽃을 본 적이 있었나 싶다. 그동안 계속 빛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연꽃 하늘거리는 분홍색 잎이 마치 J.M. 베리가 지은 소설 피터팬의 소설의 팅커벨의 날개처럼 보인다. 이름 Tinker-Bell도 직역하면 "땜장이의 종"이라는 뜻이 된다. 실제 원작 소설에는 형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불빛 같은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이미지가 고정되었다.. 손에 들어올 정도로 크기가 자그마하며 두 쌍, 총 네 장의 날개가 달려있다.  

치 피터팬에서 나오는 팅커벨과 같은 모습의 연꽃의 향연 속에 낮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매우 새침하고 어린아이 같으며 토라지기 쉽지만 피터에게만큼은 헌신적이었던 것처럼 옥천의 연지의 연꽃은 여름에만 아름답게 사람들에게 헌신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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