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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9. 2017

바다의 뚜껑

삶에 대한 조그마한 흔적

개발 지상주의 한국과 지역마다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일본은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인다. 모든 국민들의 자산이라는 해수욕장의 풍광을 볼 수 있는 권리를 특정한 사람에게 대박이라는 이름의 사업권을 주면서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지자체장까지 손뼉 치는 이상한 나라 한국에서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쉽지 않다. 삶의 흔적이라는 것은 자신이 태어난 곳과 지나쳐간 곳 살고 있는 곳의 추억과 함께 만들어진다. 


한국에서 가장 좋지 않은 방향으로 무분별하게 개발된 대표적인 곳은 아마 제주도가 아닐까. 최근의 제주도의 서귀포나 제주시 부근을 가보면 중국자본 등이 투자되어 멋진 풍광을 망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 심야식당에서 과하지도 꾸미지도 않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키쿠치 아키코 때문에 감상한 영화 바다의 뚜껑은 힐링 영화다. 조용한 시골의 바다마을로 내려온 주인공 마리는 북적거리는 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자신이 팔고 싶은 것을 팔고 좋아하는 빙수를 사람들에게 주기 위해 내려왔다. 


두 평 남짓한 작은 규모의 마리의 빙수 가게는 메뉴는 빙수 네 개와 맥주, 캔맥주, 차, 에스프레소뿐이 없다.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 마리에게 어느 날 하지메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재산을 노리는 친척들을 보고 싶지 않아 한적한 바다마을로 왔다가 마리의 빙수가게를 만나게 된 것이다. 산과 바다는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그곳의 풍광을 바꾸는 것은 인간들이다. 

바다에서 조용하게 물 위에서 떠 있어 보면 그 고요함의 고마움을 알 수 있다. 돈을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돈이 전부가 되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진다. 과욕이 마음속에 자리한 순간 삶의 상실이 찾아오는 것을 어느 순간에 느끼게 된다. 만나면 사라지고 여행지를 찾는 순간과 떠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찰나의 순간에 사람들은 행복함을 느끼기도 하고 추억의 잔향을 남기기도 한다. 

마리와 하지메는 짧은 기간이지만 서로에게 우정을 느끼고 서로를 보듬으면서 삶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하지메는 나중에 인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 인형인데

느 곁에 있어주고 말 상대가 되어 주면서

슬픈 일이나 안 좋은 일은 전부 다 인형이 가져간대

난 그런 인형을 만들고 싶어


하지메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태도와 욕심 없는 것을 보면서 필자가 살아왔던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일본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영화도 디테일이 살아 있다. 마리가 한적한 시골마을로 와서 인테리어를 직접 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나 하지메와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안내하는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소소한 행복감이 느껴진다. 

남이 살고 싶은 삶이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까. 특히 가까운 사람 중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흔하게 만나게 된다. 삶의 주인은 오롯이 자신이다. 그리고 그 삶을 살아가는 것은 본인이다. 남이 내 삶을 살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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