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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9. 2023

연인 선화(善花)

연꽃화원에 피어난 사랑이야기를 찾아간 부여 궁남지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인 백제 왕후가 재물을 시주해 사찰을 창건하고 기해년(己亥年·639)에 사리를 봉안했다. 익산의 미륵사지 서탑에서 출토된 사리엄장구는 국보가 되었다. 사리엄장구속에서 등장하는 그녀의 이름은 무왕과의 연인이었으며 부인으로 알려졌던 진평왕의 셋째 딸로 알려진 선화(善花)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국경을 넘어선 남녀 간의 사랑과 백제의 영화를 꿈꾸었던 무왕의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다.

백제 금마저(현 전라북도 익산)에서 581년에 태어난 무왕은 현재 유골이 남아 있는 유일한 백제 왕이다. 약 1,500여 년 전에 시골에 살던 소년 서동은 백제 부흥의 꿈을 꾼다. 당시에 가장 큰 위협은 신라였다. 삼국중 가장 약한 국가였던 신라는 외교력으로 백제에 큰 위협을 가하면서 삼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한다.

연꽃화원에서 피어난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7월 13일~16일 4일간 부여서동공원(궁남지)에서 펼쳐지게 된다. 42년간 즉위하여 혜왕 - 법왕 때의 불안한 정국을 수습하고, 백제의 중흥기를 구축했다는 호평을 받는 무왕은 자신의 치세보다 사랑이야기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백련, 수련, 가시연 등 저마다 독특한 자태와 향기를 뽐내는 궁남지 연꽃을 보면서 올해로 21회째인 축제에선 아름다운 연꽃 풍경이 펼쳐진다. 서동선화의 전설, 사랑, 궁남지 판타지, 궁남지 빛의 향연, 연꽃정원에 소풍 온 서동선화를 주제로 한 서동선화 별빛 퍼레이드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연꽃이 만개해 있기에 서동과 선화의 사랑이야기가 어울리는 궁남지다. 수학여행 때 가보았던 경주의 안압지보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곳이다. 서동과 선화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반드시 만나야 하는 운명이 아니었을까. 잊고 싶지 않은 사람과 잊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무왕에게는 신라와의 접점이 될 이야기가 필요했었다.

궁남지에서 열리는 연꽃축제의 백미는 무왕의 사랑・전설・연꽃을 주제로 한 수상 뮤지컬공연 ‘궁남지 판타지’로, 놓쳐서는 안 될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지금과 전혀 다른 풍경이었던 그때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소중한 인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크고 작은 혹은 다양한 색상의 연꽃이 이곳을 수놓고 있었다. 서로 몰랐던 서동과 선화는 국경이 다른 장소에 살고 있고 어쩌면 그 두 사람은 만날지도 모르는 존재로 인연은 반드시 이어져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연꽃은 불교에서 인연을 연상시키지 않은가.  많은 비가 내렸지만 궁남지는 여름의 에너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부여 궁남지에서 체험 프로그램으로 연지 카누탐험도 있고 여름날의 연꽃사랑, 연꽃 해설사와 함께하는 연꽃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전국에 수많은 연지를 가보았지만 부여 궁남지처럼 다양한 연꽃이 피어 있는 곳은 좀처럼 보지 못했다. 아쉽게도 연꽃화원에 피어난 사랑이야기라는 축제가 열렸을 때 폭우가 내려서 아쉬웠지만 아직도 궁남지에는 아름다운 연꽃이 가득하다.

마래방죽은 궁남지의 옛 이름으로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한 수리시설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날 가장 마음이 가는 궁남지의 연꽃은 홀로 피어 있는 작은 노란색의 연꽃이었다. 한 차례 장밋빛이 세찬 우기가 오고 난 다음에는 여러 가지 여린 가지에서 아주 노란색 여린 새싹들이 올라온다. 꽃은 아무리 오래 피어도 10일을 넘기기 어렵다. 100일 동안 피어난다는 백일홍조차 하나의 나무에서 피어나는 시기가 달라서 그렇지 피어난 꽃은 금방 진다.

연꽃은 피어났다가 지기를 반복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이렇게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기억이 된다. 서동이 선화에게 너의 이름을 물어봤듯이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러보아도 좋은 때다.

연꽃이 표현하듯 인연과 이어짐에 대한 소중한 메시지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거나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 것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게 이름을 묻는 것에서 출발한다. 서동이 서동요에서 선화공주님은(善花公主主隱)을 언급하고 뒤에 서동방을(薯童房乙) 이어 불렀다. 시시각각 백제와 신라의 날 선 대결을 앞두고 있던 그 시기에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감성을 연인 선화(善花)에게 투영시켰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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