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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의 정석

화개천을 내려다보며 먹어보는 한 끼의 식사

싱그러온 초록빛이 물들어갈 때 하동의 차밭에는 평온만이 가득하다. 번잡한 일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소한 행복에 물들일 필요가 있다. 여행에서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 하동 하면 참게, 은어, 재첩등이 유명하지만 때론 정석에서 벗어난 듯한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이번에는 화개천을 바라보며 돈가스를 먹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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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 개최된 2023 하동세계차엑스포가 막을 내렸다. 차 산업 분야 최초 정부 승인 국제행사인 2023 하동세계차엑스포에서는 우리 전통차는 물론, 중국과 튀르키예 등 세계 다양한 차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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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무척 많이 내린 후라 그런지 화개천은 넘실대는 물로 더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녹차 향 그윽한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초록빛으로 개운하게 씻을 수도 있는 것이 하동의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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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지 가끔은 주인이 될 때가 있다. 예부터 찻자리의 주인을 팽주(烹主)라 불렀는데 사람의 손끝에서 차의 맛과 향이 완성된다고 할 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인품, 부드러운 화술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부드러운 화술이라는 것은 지금도 가장 유효하게 필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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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주문하고 카페이자 음식점이기도 한 곳곳을 돌아본다. 다양한 소품들이 눈에 뜨인다. 공간을 꾸미는 것은 그곳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의 취향을 반영한다. 차를 내려주는 사람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음료를 만드는 사람도 어떤 마음으로 만드는지에 따라 전달되는 감성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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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전화기도 보인다. 전화는 음성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먼 곳으로 전송해서 그 신호를 다시 음성으로 재생하는 기술이다. 미래에는 많은 것을 전기신호로 바꾸어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이 움직일 수 있는 것 역시 전기신호를 통해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은 모두 전기신호로 바뀌어 뇌로 전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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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수제돈가스가 나왔다. 이런 형태의 돈가스를 경양식이라고 부르는데 가볍게 먹는 양식이라는 의미다. 무겁게 먹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배가 고프지는 않다. 닭다리를 닮은 돈가스와 야채, 밥이 나오고 간단한 반찬이 곁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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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두께가 딱 적당한 수준이다. 소스도 간이 적당하게 잘 맞아서 맛있게 먹어볼 수가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상대방에게 포섭된 남자가 음식을 먹으면서 뇌신호가 어떻게 음식을 해석하는지 표현한 적이 있다. 별생각 없이 먹었던 그 시기에 우리의 뇌는 음식을 어떻게 인식할까란 물음표를 던진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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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경양식이라고 하면 수프가 나와야 되는데 수프는 나오지 않는 곳이다. 대신 장국과 함께 식사를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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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카레라이스, 크로켓과 더불어 다이쇼 시대에 들어온 3대 양식으로 손꼽히는 돈가스는 돼지고기를 저민 뒤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일본풍 커틀릿 요리를 가리킨다. 일본어로는 Cutlet을 '카츠레츠(カツレツ, katsuretsu)'라고 발음했고, 그것이 돼지 돈(豚, とん, 톤)과 합쳐져 톤카츠(豚カツ)로 변한 것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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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를 먹고 나오는 길에 한 음식점에 있는 은어가 눈에 뜨였다. 은은한 수박 향이 나는 은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은어밥, 은어튀김, 은어구이가 인기인데 은어는 걸갱이 낚시로 잡는다. 이날은 돈가스의 정석을 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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