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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2. 2023

종이의 의미

한지에 대해 접해볼 수 있는 원주한지테마파크

호모 사피엔스로 일컬어지는 사람이 침팬지나 고릴라와 다른 점은 자신의 경험을 후대에게 이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상 위대한 발견들은 모두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발견한 것들이다. 침팬지나 고릴라는 머리를 쓸 수가 있지만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전해주고 그것을 반복한다. 즉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자신이 배우고 익혔던 것을 넘어선 것을 기록하고 정리해서 후대에 전해준다. 그 결과 인간은 문명을 이룩하고 더욱더 번영할 수 있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디지털 형태가 일상인 요즘에도 종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이 종이로 만들어진다. 쉽게 찢어질 것 같은 종이도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하면 전투기를 만드는 재료로도 사용이 될 수 있다. 

원주에는 한지를 주제로 한 한지테마파크가 있다. 원주한지테마파크느 본관 건물과 야외공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층은 한지역사실, 한지체험실, 아트숍, 작은 도서관, 2층은 기획전시실과 80명이 사용 가능한 회의실이 있다.

한지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종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다. 오랜 시간 전에  이집트의 나일강변에 야생하는 ‘파피루스(papyrus)’라는 갈대와 비슷한 식물을 저며서 서로 이어 사용했는데 이는  오늘날 ‘페이퍼(paper)’의 어원이 되었다. 

중국은 종이를 만들 때 맷돌에 갈아 죽 상태로 만들지만 한국은 불린 닥나무를 두들겨서 사용해서 맷돌에 간 것과 비교해 섬유질이 더 잘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지의 문화와 그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원주한지문화제가 올해 열렸는데 5년 만에 열린 한지패션쇼에서는 시민 모델 선발대회를 거쳐 뽑힌 50명의 시민이 고구려 벽화 한지 의상, 한지 한복 등을 선보였다. 

전국 2천여 개의 축제 중 유일하게 시민의 주도로 시작한 축제가 25회를 맞은 한지문화제에서는 한지 어원의 유래를 색으로 떠나는 종이여행을 같이 떠나볼 수 있었다. 

지난달에는 사단법인 한지 개발원이 2023 원주한지테마파크 기획 전시에 참가할 한지 작가를 공개 모집했는데 선정된 작가는 10월 1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진행되는 기획 전시에 참여하게 된다.  공모주제는 한지(종이)를 반영한 전 분야의 시각예술이며, 한지개발원은 강원 지역 거주 작가 20명을 선정해 창작 재료와 홍보물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말했듯이 한지는 닥나무를 원료로 하여 전통방식 그대로 손으로 떠서 만드는 한국의 전통 종이다. 신라의 백추지, 고려의 만지, 조선의 태장지 등은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한지는 천년이 넘어도 보존이 가능하며 자연스럽고 유연하고 매끄러운 것이 특징이다. 

혁신적이고 튼튼하고 가볍고 수명이 오래가는 소재들을 사용한 가구들이 많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나무로 만든 가구가 더 고급품으로 대우받고 있는 것이 종이다. 종이 특유의 느낌과 간편함은 최신 소재들도 따라잡기 어렵기에 종이는 그 자체로 대체할 수 없는 물건이기도 하다. 

닥나무에서 종이를 만드는 과정을 표현해 두었다. 한지를 만드는 재료인 닥나무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단단하게 자라는 데 비해, 중국이나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닥나무는 섬유질이 약해 품질이 떨어지며, 일본 닥나무는 석회질에서 자라서 한지처럼 질기지 않고 오래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여러 겹을 겹치고 옻칠을 하면 가죽처럼 단단하고 질겨서 그릇 등 생활용품이나 심지어 갑옷을 만들기도 하고, 수백 도가 넘는 온도를 견뎌야 하는 신기전의 화약통 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초기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하여 만든 종이(楮紙)로 만들어 발행한 명목 화폐를 저화(楮貨)라 하였다. 

한지로 가구나 사람이 타고 가는 가마로도 만들 수가 있었다. 조선시대에 종이는 무척 비싼 제품이어서 과거를 보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썼던 종이는 버려지지 않고 생활용품으로 재탄생했다. 원주의 시화는 장미로 형상화한 빛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듯이 한지도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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