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l 02. 2023

바다의 도시

그곳에 가면, 동해시의 논골담길을 걷다. 

바다에 자리한 도시들은 자연스럽게 경사를 이용해 주거지를 형성하는데 그 모습이 지금은 여행지의 매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부산, 통영, 동해 등의 공통점은 산모퉁이의 굽이굽이마다 골목길이 있으며 그 골목길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평평하게 잘 다져진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은 경사를 그대로 활용하여 주거지를 형성한 모습이 독특하게 다가오게 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도 상관은 없지만 동해시에 일자리가 많았을 때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와 산모퉁이에 누울만한 공간만 있으면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지금처럼 지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삶의 터전이 되었던 곳이 지금은 논골담길이 되었다. 

묵호라는 지명은 강릉 부사 이유응이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조선 말기, 이유응이 오이진에 난 수해 문제로 현장 시찰을 나갔다가 검은 새와 바위가 많다는 뜻의 오이진에 산과 물이 어우러진 곳에서 멋진 경치를 보며 좋은 글씨를 쓰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로 묵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동해안의 제1의 무역항으로서 강원도에서 유명한 석탄과 시멘트를 나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화주와 선원들이 있었다고 한다. 명태와 오징어등도 많이 잡혀서 이곳은 풍요로운 도시이기도 했다. 술집도 많고 백화점까지 들어섰던 도시다.  

명태는 동해시의 명물이기도 했지만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지금은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명태 어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부터였으며, 명태라는 명칭이 널리 통용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명태의 어란은 일찍부터 명란(明卵)으로, 명태의 창자는 창난젓으로 가공하여 소비하였다. 

길이 가파르기는 하지만 올라가는데 어렵지는 않다. 대신 땀이 많이 흐르는 것은 감안을 해야 한다. 요즘처럼 아주 따뜻한 날씨에는 조금만 올라가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가는 길목에는 재미있는 문구들도 보인다. 이렇게 뱃살이 많을 거면 참치로 태어날걸 그랬다는 문구는 피식하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아버지가 어부였던 사람들이 모여 살던 이 동네에서는 아버지가 집으로 오는 날은 어떤 의미였을까. 항해하는 곳에서 어부가 섬기는 혼불이 있다고 한다. 

사람의 혼을 의미하는 혼불은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으로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그 크기는 종발만 하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한다.

올라가는 중간중간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있는데 뙤얕볕에서 살을 태우고 싶은 분들을 위한 아주 좋은 태닝공간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논골담길에는 등대오름길, 논골 1길~논골 3길 등 총 4개 길에 116개의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벽화에는 묵호의 옛 생활상과 모든 사람들의 기억과 희망, 묵호의 과거와 삶의 이야기, 새로운 희망과 바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화 등의 형식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등대오름길, 논골 1길~논골 3길 순으로 벽화 리뉴얼 및 바닥 보수와 이정표 도색을 12월까지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술 한잔에 잊어버리는 시름 그리고 인생의 주름 같은 것이 있다. 묵호의 향기가 느껴지는 곳에서 열심히 걸어 올라오니 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어떤 집은 위태로워 보이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 위에 또 공간을 만드는 집들도 눈에 뜨인다. 밤바다를 보며 감성을 느끼기에는 좋다. 

이제 논골담길의 꼭대기에 거의 이르렀다. 바다를 보며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과 그 아이들의 모습이 조형물로 만들어져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고유하고 개별적이며 보호할 가치가 있는 혼불 같은 불꽃이 있다. 자기만의 빛을 의식할 수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가 지닌 잠재력을 깨닫게 될 수가 있다. 

이곳을 올라오는 동안 벽화로 글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해보았다. 한 사람의 빛이 다른 사람의 빛을 밝히듯이 줄기차게 노력하다 보면 어딘가에는 가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가족관이 바뀌고 있는 요즘에는 옛날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 논골담길에 자리한 엄마의 모습에서 바다가 가진 포근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종이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