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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2. 2023

악양 동정호

생태의 ASMR이 듣기 좋게 퍼지는 평온한 여행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나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의미라는 것을 어떤 곳에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본성에 의해서만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그 상상력을 더 많이 발휘하면 행복감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하동의 악양면은 마치 구름 위를 산책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해 주었다. 

악양 동정호는 생태습지가 자리한 곳으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두/꺼비, 남생이,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생태적 보전가치가 매우 높기도 하지만 2022년에는 경남도 대표 우수습지로 지정받기도 했다. 

생태학이라는 단어는 1886년 독일의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겔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지만 초기 그리스 철학자들의 조사가 최초이다.  어느 땅에 나무가 있고 열매를 맺으며, 어느 바다·갯벌을 가야 생선·조개가 있는지, 어느 숲에서 사냥이 잘 되는지는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구름이 머물러 있는 것이 어울리는 산이 지리산이다.  악양면을 품고 있는 지리산 덕분에 다양한 먹거리들이 생산되고 있는데 그중에 대봉감이 제일이다.  섬진강이 서남쪽 면계를 흐르며, 그 지류가 면 중앙부를 곡류하는 섬진강에는 토지의  촬영지와 박경리문학관·평사리문학관 등이 있어 볼거리가 많다.

토목과 도시건축을 전공했던 필자로서는 자연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공간에 대한 기술은 콘크리트와 철골구조가 아직까지는 가장 범용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을 넘어서는 기술이 발견되지 않으면 지금의 도시구조에서 더 달라질 것은 많지가 않다.  

사람은 왜 변화를 원할까.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변화는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능성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변화가 줄어들게 되면 사람은 무언가에 집착하게 된다. 예를 들면 돈, 명품, 차 같은 것에 집착하는 사람은 일반적인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무들도 자신들이 거주하기 용이한 곳으로 이주를 한다. 단지 동물등에 기대어 이동을 할 뿐이다. 

지구가 요동치는 이야기와 생태계가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여 균형을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전국을 돌아다녀본 결과 숲, 산, 물, 하늘이 공존하며 가장 균형 있게 조성된 곳은 하동 동정호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데크길을 걸어서 하동 동정호의 악양루로 다가가 본다. 격동의 세월을 견뎌낸 주인공 서희를 비롯해 길상이, 별당아씨, 강청댁, 윤 씨 부인 등 소설 속 인물도 가상이지만 살아서 숨 쉬고 있다. 

중국 후난성에 있는 악양과 지명이 같은 것에서 착안, 그곳에 있는 호수의 이름을 따온 동정호는 평사리 들판에 있는 반원형 배후 습지로, 둘레가 1㎞ 남짓한 작은 호수다. 

이곳까지 걸어오는 시간에 즐겁게 지저귀는 새소리, 물소리, 곤충소리들의 ASMR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소리는 파동을 만들어서 귀에 도달하게 되고 귀는 그 파동의 흐름을 분석해 어떤 소리인지 마음에 전달해 준다. 

인생에서 적지 않은 시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구름을 이해할 수가 없다. 햇살과 호수와 바람처럼 흰 구름이 어울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수많은 기술이 나오고 고난도 있지만 사람은 어느 정도의 인간적 품위를 유지할 수가 있다면 미래에 가장 인간적인 것은 가장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아주 큰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 싸우고 있었다. 그 알은 세계였고, 그 세계는 산산조각이 나야만 했다."

-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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