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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3. 2023

하동 샘문골

하동의 백련 연꽃지의 여름풍경은 유효하다. 

우리의 눈은 세상을 명확하게 보는 것 같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세상을 투영한다. 필자 역시 노안으로 인해 대상의 경계가 조금씩 모호해지는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상주의 화가는 아니다. 대상을 뚜렷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전통 회화 기법을 거부하고, 빛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대상의 색과 형태를 포착하여 그리는 인상주의 화가로 클로드 모네가 있다. 모네를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라고 폴 세잔은 극찬하기도 했었다. 

빛의 화가였던 모네를 연상케 하는 것이 바로 수련이다. 하동에도 백련지와 홍련지가 있는데 이곳은 백련리 도요지라는 곳이다.  백련리 도요지는 1974년에 경상남도 기념물 제24호로 지정되어 있다.

샘문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곳의 백련리에는 백련리 도요지 외에도 하동요, 춘강요, 현암요, 새미골 요가 자리하고 있으며 일본의 국보 이도다완[井戶茶碗]의 원류의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빛은 사람의 정신상태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순간순간 바뀌는 각도에 따라 다른 매력을 준다.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늘을 향해 활짝 핀 연잎에는 물이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네에게 있어서 물체의 고유색이라는 것은, 기억과 관습이 만든 뇌의 편견일 뿐이었다고 한다. 주변의 색과 다른 것을 보다 보면 새로운 관점이 보일 때가 있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식물들과 연꽃의 색이 때론 추상적인 모습을 만들기도 한다. 대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바라보는 대상의 이름을 잊어야 한다고 했던가. 연꽃은 우리 문화의 다양한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있다. 심청이도 연꽃에 쌓여서 나오지 않았는가.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건대 심청이는 오랜 간병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간병에 효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녀가 임당수에 몸을 던진 것은 오랜 심봉사에 대한 간병에 지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빠진 것이 아닐까. 그 내용이 효녀로 둔갑해 후대에 각색된 것이다. 

아무튼 좋은 것만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7월에는 연꽃이 필 때라 처음으로 이곳 연꽃 촬영으로 왔지만 벌써 꽃이 활짝 펴 봉오리 보다 연꽃잎이 떨어지는 연꽃이 많이 보이기도 했다. 


모네는 연꽃을 참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의 대표적인 연작인 수련은 무려 250여 점에 이르며 수련 연작은 이런 네임드 미술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들은 모네가 혼신의 힘을 들여 그린 벽화급의 물건들로 상설전시를 위해 아예 방을 따로 만들어서 걸어놓고 있을 정도로 의미가 남다르다.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오면 작은 미술관이 있고 이곳에 오면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소리가 들린다. 평온해 보이는 연지의 사이사이로 벼가 자라고 있다. 

아직은 해가 저물면 돌아다니기에 적당한 온도다. 물이 흐르는 곳 가까이 가면 시원함도 느낄 수가 있다. 

사실 수련과 연꽃은 비슷해 보이지만 물에서 자라는 것만 같고 과가 다르다. 수련은 수련과이고 연꽃은 연꽃과 이며 수련의 꽃말은 담백, 결백, 신비, 꿈이며 연꽃의 꽃말은 신성, 청정, 청렴이라고 한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수꽃은 사이좋게 잘 피어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희미해도 선이 모호해도 좋다. 계속 변하는 것에는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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