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통영을 걸어보는 시간의 향수
사람의 기억은 어떤 곳에 고정되기도 하고 연상되기도 한다. 향수라는 단어를 사용한 시는 두 사람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옥천 정지용의 향수와 통영 유치환의 향수다. 이번에는 통영을 걸어보는 시간의 향수를 생각했기에 청마 유치환의 향수를 생각해 본다. 통영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강구안이다. 강구안에서 통영의 유명한 곳은 모두 가볼 수가 있다.
나는 영락한 고독의 가마귀
창랑히 설한의 거리를 가도
심사는 머언 고향의
푸른 하늘 새빨간 동백에 지치었어라.
고향 사람들 나의 꿈을 비웃고
내 그를 증오하여 폐리같이 버리었나니
어찌 내 마음 독사 같지 못하야
그 불신한 미소와 인사를 꽃같이 그리는고
오오 나의 고향은 머언 남쪽 바닷가
반짝이는 물결 아득히 수평에 조을고
창파에 씻긴 조약돌 같은 색시의 마음은
갈매기 울음에 수심져 있나니
희망은 떨어진 포켓트로 흘러가고
내 흑노같이 병들어
이향의 치운 가로수 밑에 죽지 않으려나니
오오 저녁 산새처럼 찾아갈 고향길은 어디메뇨
- 청마 유치환 향수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는 곳 앞에는 정비가 되어 시원하게 열려 있다. 오래간만에 다시 통영의 벅수도 만나본다. ‘벅수 거리제’란 장승에게 지내는 제의로, 기존 삼도수군 통제영 입구변에 있던 국가 민속문화재 제7호인 ‘통영 문화동 벅수’를 통제영거리 내 본래의 위치로 이전하여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고종 때인 1906년 마을의 기를 보강하고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문화동 95번지와 123번지 사이에 세워진 독장승의 옆에는 그 의미를 알리는 비도 세워져 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이라면 이곳에서 통영의 특산품도 살펴보고 구입도 할 수 있으니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통영우체국이 자리한 곳은 이른바 청마거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청마 유치환 선생이 1940년 ~ 1950년대에 시 창작 공간이었던 영산장을 비롯하여 그의 부인 권재순 여사가 운영하던 문화유치원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지인들에게 무려 5천여 통의 편지를 부쳤던 통영우편국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이 거리에는 향수, 행복, 시비와 청마 흉상, 아트타일등이 있다. 그가 썼던 주옥같은 편지는 훗날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서간집으로 발간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마음처럼 그리운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 한 장을 부칠 수 있다면 그래서, 통영이라는 말이 나오는 여행이 되지 않겠는가. 시를 사랑했던 청마 유치환은 이곳 통영과 더 아래쪽 거제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바다의 향이 있는 통영에는 작품 거리 안내도가 있는데 통영을 빛낸 예술인의 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작곡가 윤이상에서 앞서 말한 유치환과 박경리까지 만나볼 수가 있다.
통영의 강구안이 자리한 곳은 모두 정비가 되어서 바다와 사람이 더욱더 가깝게 되었다. 모든 일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는 곳으로 통영 여행의 1번지이기도 하다. 때론 수많은 갈림길에서 어떤 곳으로 향할 것인지, 그냥 다 놓아 버릴 것인지 아름다운 풍광과 새소리에 집중할 것인지, 이 모든 것이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중 하나일 뿐이다.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며 바다가 통째로 흔들리는 느낌이 드는 강구안은 육지로 바다가 들어온 항구로, 강구안 바다는 다른 항구보다 상쾌하고 활기찬 곳이다. 유명한 충무김밥을 비롯하여 통영의 다양한 꿀빵이 있고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여수가 밤에 아름다운 곳이라면 강구안은 낮에 아름답고 에너지가 넘치는 항구다.
최근에는 통영시 강구안에는 초대형 통영 갈매기 ‘동백이’의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한다. 동백이는 통영시의 시조(市鳥)인 갈매기를 형상화한 통영시의 대표 캐릭터로 통영 인근 섬에 살다가 여객선 승객들이 주는 새우 과자를 먹으러 배를 쫓아오다 육지까지 온 갈매기라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강구안의 풍경은 통영을 나타내는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해 질 녘부터 밤까지 바라보는 강구안 일대는 은은한 조명이 바다에 일렁이며 인근 상점들과 저 멀리 동피랑, 삼도수군 통제영의 불빛까지 만나볼 수 있는 ㄴ곳이다. 강구안은 한국관광공사의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디피랑과 ‘2017~2018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던 동피랑 마을까지 있다.
통영중앙전통시장 앞에는 최근에 복원된 2층규모의 누각이 있다. 통영은 해양 관광 휴양도시로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 사업에 선정돼 2025년까지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통영중앙전통시장은 정말 싱싱한 해산물들이 넘쳐난다. 이곳에 오면 싱싱한 물고기를 선택하고 옆에 가면 먹어볼 수 있다.
삶을 담은 여정에서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고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통영의 여행길에서 주는 선물은 이미 언제 발견하는가에 불과하다. 여행길의 끝에 도착했을 때 자신이 얻는 것은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위로, 사랑 그 모든 것이 이미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때론 용감하게 나아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