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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0. 2023

마음로그

운리단길과   함께하는 골목투어와 기록  “운천로그여행”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한 것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비중을 많이 두는 것도 있고 적게 부여하는 것도 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뒤돌아보면 자신이 걸어왔던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보이는 때가 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그 길에 서서 자신만의 기록을 생각해 보면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물어보는 질문에 짧게 대답할 수 있을까. 

비가 유난히 많이 내린 요즘 청주에도 많은 피해가 있었다. 매주 주말이면 비가 내리면서 7월의 분위기는 예년과는 조금 다르다. 7월의 도심이기도 한 이곳은 운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7월 8/15/22/29일 매주 토요일에 16:00~21:00에 운리단길과 함께하는 골목투어 “운천로그여행”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의 인생을 초단위로 표현한다면 그 숫자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길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경험을 할 때 로그라는 단어를 뒤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어인 logos(비율)와 arithmos(수)의 합성어인 로그(log)는 컴퓨터의 처리 내용이나 이용 상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V로그 같은 형식으로 SNS등에 표현하기도 한다. 

역사 속에서 로그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 천문학이 발달되면서 행성 간의 거리 계산이나 질량을 계산하게 되었는 데 사용된 수는 표현하기에 너무 커서 많은 불편이 생겨났다. 단순히 빛의 속도만을 표시해도 많은 숫자를 써두어야 한다.  

골목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이 청주 운리단길의 매력이다. 오래된 거리와 인쇄 박물관이 함께하는 곳으로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여름밤 뮤지엄 나이트와 운천로그여행이 이루어지는 곳이지만 내린 많은 비로 인해 분위기는 차분해졌다. 

적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큰 수를 간단하기 위해 영국의 수학자 존 네이피어(John Napier, 1550~1617)는 이런 천문학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로그(log)를 발명했다. 로그(log)는 거듭제곱과 함께 큰 수를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로그는 그렇게 반갑지가 않은 표현이다. 로그함수와 지수함수라는 표현만 써도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올지도 모른다. 

다시 골목길로 들어가 본다. 이번주에도 많은 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자리한 곳에는 근현대인쇄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기술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압축시키는 인쇄문화로 이어졌다.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인류는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을 이루어냈으며 우리 민족은 활자본 직지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인 한글을 가졌다. 

우리나라는 1883년 박문국을 설치하여 서양의 납활자 인쇄기술과 근대인쇄시설을 도입하였다. 인쇄를 좁게 보면 책이나 활자를 찍어서 표현하는 인쇄물에 국한하지만 사실 인쇄의 영역은 모든 생활공간 전체에 해당이 된다.  

사람의 인생이 평면이 아니듯이 인쇄는 평면이 아니라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인쇄 혁명으로 나아가고 있다. 먹고 마시고, 보고 느끼고 하는 모든 것이 새롭게 인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쉽게 보고 소비하는 것이 일상화되다 보면 사람의 뇌는 작은 것에 아무런 느낌을 받게 되지 않는다. 사람의 뇌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신체 기관이다. 이 신체 기관이 자극에 노출이 되면 될수록 작은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활자로 된 것이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행간에 새겨져 있는 메시지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꾸어서 바라보면 세상은 온통 새로운 것이 보인다. 오래된 길이 새롭게 채색되듯이 우리의 삶의 로그도 새롭게 정의될 수가 있다. 


운리단길에서 사용했던 로그라는 표현은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아무리 간단한 것도 남들보다 먼저 처음으로 생각해 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아름다운 우연으로 무언가가 만들어질 수 있듯이 작지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걸어보는 자체도 의미가 있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운리단길 #골목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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