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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2. 2023

창조적 도시

간척으로 도시를 창조한 흔적, 새만금간척박물관 

대형 자연재해가 아닌 이상 도시가 급속도로 바뀌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도시 역시 흥망성쇠를 하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한다. 진화라는 표현은 고정관념으로 보면 좋지 않은 것에서 좋아 보이는 것으로 변화를 연상시키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가 로마시대보다 프랑스혁명기보다 미국의 뉴욕이 탄생되던 때보다 더 현명하게 도시를 만들고 살아간다고 볼 수는 없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삶의 많은 것들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넘어선 인간만의 가치는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 

간척이 새로운 도시를 만든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다나 강물이 수시로 침범했던 곳을 대도시로 만든 곳도 있고 매립을 통해 혹은 토목구조물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곳은 부안군에 임시로 개관한 새만금간척박물관이다. 새만금간척박물관은 새만금과 간척의 역사·기술·미래가치를 재조명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2016년부터 340억 원을 들여 지상 3층(연면적 5441㎡) 규모로 건립되었다. 

기존의 새만금홍보관은 여러 번 가본 적이 있었지만 그곳과는 규모나 민속품, 사례와 장비, 각종 자료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갖추어진 곳으로 조성이 되었다. 박물관 1층은 어린이 간척연구실과 교육강의실, 다목적 강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2층은 관리 사무실, 3층은 상설전시실로 구성이 되어 있다. 

새만금 간척 박물관은 8월 개관을 앞두고 전날 모든 시설을 사전 개방해 두었다. 상설전시장 입구에서는 내달 12일까지 새만금의 역동적인 개발 모습과 사업 현황, 아름다운 비경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있었다. 

최대 국책사업 중에 하나인 새만금은 국가 최대 국책사업 중 하나로 방조제 사업비에만 2조 9,490억 원, 총 공사기간 19년, 방조제 총길이 33.9km로 이로 인해 조성되는 토지가 무려 291평방 km에 달하는 곳이다. 

간척 역시 오래된 인간의 역사의 한 부분이다. 물을 다스려서 도시로 만든 곳은 에도라고 불리었던 일본의 도쿄, 나치 독일이 간척했던 북해 간척지, 이탈리아의 페라라 간척, 노동요가 전해지고 있는 베네치아,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기도 한 뉴욕의 간척등이 있다. 

간척하면 빼놓을 수가 없는 나라가 네덜란드다. 19세기에 증기 펌프 기술이 발전하면서 네덜란드인들은 기존 풍차 배수량의 한계를 뛰어넘어 간척 사업을 실시하는데 당대 간척 기술 발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호수 하를 레메르메이르 간척이 있다. 

새만금은 오래된 과거부터 국제교류의 현장이기도 했다. 고려는 선유도에서 송의 사신단을 처음 맞이하기도 했는데 송나라 사신이었던 서긍은 당시의 일은 '고려도경'으로 남기기도 했다. 부안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는데 새만금 지역은 한국에서 조개무지가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조개무지에서 발견되는 여러 자료는 만들어졌을 당시의 생태와 자연환경, 인간의 생활을 엿볼 수가 있다. 

바다에서 사람이 살기 위해 많은 것을 얻었고 지금은 육지가 되어 창조적 도시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새만금 지역에 자리한 위도에서는 띠뱃놀이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마을 곳곳을 돌며 의례를 지내고 바닷가에 모여 용왕제를 하고 바닷물이 들어차면 때배를 띄워 먼바다로 보냈다고 한다. 띠배는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의망과 기원을 싣고 먼바다로 흘러갔다. 

최근에 소금이 때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소금은 바닷물을 햇볕에 말려서 만든 천일염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소금은 바닷물을 끓여서 만들었는데 이렇게 만든 소금을 자염이라고 한다. 자염은 19세기말 이롭노가 중국에서 값싼 천일염이 수입되고 일제강점기에 천일염 생산이 늘어나며 점점 사라져 갔다. 


새만금과 인접해 있는 김제, 부안, 정읍등은 대규모의 농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의 농업개발과 수찰이 이어졌다. 당시 땅이 없는 농민들은 수확량의 절반 이상을 지주에게 내야 했고 각조 비용과 비료와 종자대금, 세금과 공과금도 부담을 했었다. 

상설전시실에는 새만금 발전 과정을 담은 고지도, 각종 민속품 등 6000여 점의 소장품을 전시한다. 군산 십이동파도 해저에 침몰한 십이동파 도선을 축소 복원한 모형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간척의 다양한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막부가 오랜 시간 일본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가 서양인들이 개방을 요구하던 시기인 1869년 일본은 홋카이도 개척을 본격화하면서 중앙관청을 설치하고 서양인 고문단을 초빙하였다. 일명 운요호 사건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조선 개항이 있었던 해인 1875년에는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인 삿포로 농학교가 개교해 개척을 담당할 인재를 양성했다. 홋카이도 개척은 습지를 메워 농토와 마을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은 결국 살던 땅을 빼앗기고 전통적인 언어와 문화도 사라지게 된다. 

세계의 수많은 경제중심지이며 이제는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들은 간척으로 만들어졌다. 홍콩 역시 26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영국이 홍콩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간척 사업을 실시하였고 상업 및 관광시설 확충을 위한 간척이 이루어졌다. 

현대에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이 간척사업이었다. 물과 관련된 대표적인 나라로 네덜란드가 있다. 라인강, 마스강, 스헬더강이 만나는 삼각주는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였는데 경사가 낮아지는 삼각주의 특성은 이 지역을 낮은 땅(Nederlanden)이라 일컫게 했다. 이러한 지리적, 역사적 배경은 네덜란드인들에게 많은 간척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 

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기도 하지만 빼앗아가기도 한다. 새만금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지평선이 보이는 땅과 비옥함을 볼 수가 있다. 새만금은 창조적 도시의 관점으로 본다면 가장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우연의 산물로 다채롭게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곳으로 어떤 색채를 만들어갈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 썩은 웅덩이의 물을 빼는 것이 마지막이자 최대의 공사가 되리라. 이로서 수백만에게 땅을 마련해 주는 것이니, 안전치는 않더라도 자유롭게 일하며 살 수 있으리." 괴테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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