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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4. 2023

라디오 Talk

이야기 감성을 살려줄 수 있는 영월 라디오스타

우리가 보는 빛보다 아래에 위치한 전자기파를 사용하여 통신하는 것이 있다. 어릴 때 TV로 나오는 노래를 녹음하면 각종 잡음이 들어가서 원하는 노래품질을 얻을 수 없었다. TV보다는 좋은 품질로 녹음하여 나만의 음악테이프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은 바로 라디오다. 지금처럼 우리가 언제든지 선택하여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시절 원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복잡한 대도시에 살다가 군 단위로 오면 시간이 천천히 가는 느낌이다. 서울이 요즘 나오는 트렌드의 SNS의 도시라면 영월군과 같은 곳은 SNS가 늦게 전파되는 아날로그의 공간과 같은 느낌이 든다.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영화 라디오스타를 찍었던 곳이 바로 영월군이다. 지금도 예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라디오스타는 매주 다양한 게스트들을 초대해서 근황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답하는 리얼 토크쇼 프로그램으로 오랜 인기를 누려왔다. 한 때 잘 나가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한 때를 말하는 사람이 더 주변에 눈에 뜨인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라디오 스타 속에 88년도 가수왕 최곤 역시 온갖 사건에 연루되어 카페촌에서 기타를 튕기고 있지만 자신이 스타라고 굳게 믿고 살아간다. 시비로 인해 합의급조차 없어서 이곳 영월까지 와서 DJ를 하면 합의금을 내준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필자는 너무 빨리 변해가는 이 시기에 라디오 톡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느리게 단방향이 될 때도 있지만 느리게 곱씹어보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그렇게 빨리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 즉 깊은 울림을 느끼지 못한 채 쓱 지나가는 온갖 정보에만 노출이 될 뿐이다. 

영월군에는 라디오스타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처럼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울리는 사람이 있고, 가슴의 소리가 전해지는 사람도 있다. 서로 닮아가는 누군가만 곁에 있다면 그 인생은 행복한 것이 아닐까. 

영월군을 지나가본 적은 있어도 영월읍은 처음 와본다. 이곳에서 라디오스타를 촬영한 것은 알았지만 그냥 영화 속의 모습이었다.  Buggles가 불렀던 Video Killed The Radiostar의 노래처럼 한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를 사라지게 할 것 같지만 우리는 아날로그 감성의 라디오를 아직도 듣고 있다. 

이미지를 가지고 먹고사는 스타들은 결국 잊힌다. 누구나 과거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있지 않을지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와 함께 호흡하며 자기만의 빛을 보이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 그 음악으로 자신을 돌아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필자는 영월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하게 시간이 맞았다. 딱 맞아떨어진 시간에 라디오스타를 들으면서 라디오톡을 해본다. 

영월이 잘 보이는 곳에 올라와서 물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의 사연이 있듯이 심금을 울리면서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 것은 적어도 사람에게는 따뜻한 온기가 있음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아닐까. 눈으로 보는 가시광선이 세상을 본다면 아래에 위치하는 라디오 파는 마음을 본다. 

그렇게 라디오스타처럼 라디오톡을 하고 단양군을 흘러가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오늘의 라디오톡은 어떤 이에게는 가슴 따뜻할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주고 때론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주기도 한다. 기쁘면 웃음이 나고 아련한 대로 눈망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면 된다. 마침 비가 내린다. 비와 당신의 가사처럼 아련해지는 빛바랜 추억이 사무치더라도 내일은 다가온다. 그런데 비는 대체 언제 그치는 거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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