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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4. 2023

치악산 물 먹금은 복숭아

공기 좋은 원주의 치악산 천변을 걷고 복숭아도 사봅니다. 

가을 단풍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치악산이지만 아직 가을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고 여름의 복숭아가 생각나는 시간이다. 여름에 가장 대중적인 과일은 수박이지만 복숭아를 빼놓으면 너무나 속상하기만 하다. 다양한 크기의 복숭아가 있지만 딱딱하고 큰 복숭아를 보면 그냥 즐거워진다. 게다가 비가 많이 왔다고 해서 수박처럼 당도가 떨어지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치악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한 마을까지 온 이유는 한 가지였다. 충주, 원주, 영주가 복숭아로 유명한데 그중에 원주 치악산 복숭아를 먹고 싶은 이유였다. 왠지 치악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머금고 자란 복숭아가 더 맛있을 같다는 느낌 아닌 느낌이랄까. 

윗성남-상원사-남대봉-향로봉-곧은치-원통재-비로봉-구룡사 등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지만 그곳까지 가지 않더라도 비로봉에 세워져 있는 돌탑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게까지 산행을 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은 없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치악산의 들어가는 입구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가 걸려 있었다. 

시간의 문자은 흉터라고 하면서 둑 위에서 묵은 편지를 태웠던 날에 대한 이야기와 산수유 꽃잎에 대한 시부터 아련한 그리움을 견딜 수 없어 이른 아침 옷깃에 스며 당신을 만나기 위한 사랑 노래와 다양한 시를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감성을 시로 풀어내고 있었다. 어쨌든 간에 무언가로 풀어낸다는 것은 그만큼의 쌓인 흉금이나 벅찬 기쁨일 수도 있다. 

엄청나게 내린 폭우로 인해 대부분의 강이나 하천이 진흙탕이었는데 치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맑기만 하다. 맑은 치악산의 향기가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원래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장터가 열렸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국도변에서 농장마다 장을 펼치고 있는 곳을 찾아가 봐야 할 듯하다. 

산세가 웅장하고 경관이 뛰어나며 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어 원주시를 포함한 일대가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치악산에서는 봄에 산신제가 열리며 9월에는 치악문화제가 열린다

사다리골·상원골·산성골·범골·입석골 등의 계곡, 구룡·세렴 폭포,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약수는 사람이 먹지 않아도 우리가 즐겨 먹는 과일이 머금게 된다. 결국 치악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은 어떤 방식으로든 섭취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농가 중 마음에 끌리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다양한 크기가 있지만 크기가 작을수록 가격이 저렴하고 딱딱이가 물렁이보다 조금은 가격대가 있다.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복숭아가 있겠지만 가장 큰 복숭아를 골라본다. 딱 한 상자뿐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부근에서 가장 큰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시다는 아주머니에게 필자가 얼마나 원주를 좋아하고 치악산을 특이 좋아하는지 넌지시 흘렸다. 분명히 뻔히 보이는 말이었지만 흥정은 적당히 되었다. 역시 치악산 복숭아가 맛이 좋다고 하면서 조금은 저렴하게 구입을 하였다. 

어릴 때 읽었던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왜 그렇게 복숭아를 좋아했는지 상상을 하면서 읽었다.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 서유기에서 단언컨대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은 복숭아였다.  복숭아로는 전국 최초로 2010년도에 원주치악산 복숭아 지리적 표시제등록(제63호)을 하였는데 치악산자락의 물 빠짐이 좋은 경사지에서 많이 재배하며 성숙기인 6~8월에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아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원주의 맛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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