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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3. 2017

컴플리트 언노운

난 누구나 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몇 개의 인생을 겪어볼 수 있을까.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다른 인생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그건 직업의 변화에 불과할 듯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의미 있는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경제적인 여유를 만들어주는 상업적인 영화에 가끔씩 출연한다는 레이철 와이즈의 작품 컴플리트 언노운은 잔잔하면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아무 말 없이 갑자기 사라졌던 그녀가 15년에 만에 나타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톰 앞에 사라졌던 앨리스라는 여성이 갑자기 등장한다. 그녀는 대체 누구인지 모를뿐더러 말 그대로 묘령의 여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묘한 그녀의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흥미를 가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그 속에서 안주하려고 한다. 전문가 집단이라는 곳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안주하고 멈춰 있으려고 한다. 의사나 교수, 법조인들이 대표적인 그런 그룹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앨리스는 절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자신을 잃어버리고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녀는 변화하고 누구든지 될 수 있을 정도로 변화에 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배우도 아니다. 그냥 다른 직업, 다른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뿐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톰은 우리들을 대표하는 그런 인물이다. 그는 그녀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처음에 갑작스럽게 나타났을 때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그런 사람으로만 생각했지만 여러 날을 이야기하다 보니 그녀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원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녀를 인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그녀 자체를 인정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일부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인맥을 자랑하지만 그것 역시 겉으로 지내는 관계에 불과하다. 인맥은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맥 과시를 하면서 자신들의 인생을 그것으로 포장하려고 한다. 지인은 지인일 뿐이다. 지인이 나를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물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인간됨이 그 사람의 인간성을 살짝 엿보게 해주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젊었을 때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진보적인 삶을 살다가 대부분 나이가 들면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삶으로 변화한다. 보수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렇기에는 나이가 먹었고 그렇게 하기에는 자신이 가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과감히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에 도전한다. 쉽지 않은 삶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가정을 이루는 것은 물론 연애조차 쉽지 않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대부분 한 곳으로 정착하려는 것이 농경사회 때부터 내려온 우리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변화를 주저하는 순간 삶은 가능성을 잃고 다채로운 색깔을 잃어간다. 직업은 당신을 규정짓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직업이 우리를 규정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살기 쉬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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