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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7. 2023

대전이라는 스토리

2023 대전문학관 제3차 문학콘서트 : 다정함의 깊이

좋은 것과 좋아 보이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좋아 보이는 것은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기대감이 있는 것이고 좋은 것은 경험해 보았더니 좋은 것이다. 이사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대는 과거보다 지역이동을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특히 아파트가 주거공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매매가 용이해진 덕분에 이사를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일자리를 한 번 얻게 되면 그곳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 보통 사람의 삶이다.

책과 사람이 있는 대전문학관은 오래간만에 다시 찾아가 본 곳이다. 현재 대전문학관에서는 서점의 역사와 대전의 독립서점 전시전을 열고 있는데 삼요소, 머물다가게, 넉점반 그림책방, 책아웃북스, 구구절절등과 다양한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7월 26일 오후 7시 30분에 대전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 '대전스토리와 문학대전의 미래'라는 주제로 2023 대전문학관 제3차 문학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이번 문학콘서트에서는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초청하여 대전의 이야기와 문학대전의 미래에 대하여 들어보는 자리가 열렸다. 대상은 문학에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가 가능하다. 

익숙하게 보았던 문구들이 기획전시실의 입구에서 눈에 뜨인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지 않아." 

-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 윤동주 '서시'


윤동주의 서시는 필자에게 의미가 크다. 초등학교 때 시에 대해서 잘 모를 때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었던 것이 바로 윤동주의 서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외운 시가 바로 서시였다. 윤동주의 시들을 보면 이 사람이 참 많은 공부를 통해 시로 풀어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한 번 어떤 도시로 이사를 가서 터전을 잡으면 다시 움직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모두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는 할 수가 있다. 도시에 대한 스토리와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합쳐지면 문학이 만들어진다. 어차피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다루는 것이 인문학이다. 

책이라는 것은 세상을 더 깊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유용한 것이기도 하다. 좋은 책과 좋은 사람, 때론 무미건조한 인생에서 재미있는 일은 책에서 만나기도 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것은 빠르게 잊힌다. 이곳에 소개된 독립서점들은 북토크나 강연, 공연 등을 수십 회를 개최하고 많은 지역민들이 찾았다고 한다. 

서점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요즘 대전의 독립서점의 지도를 보면서 생각보다 많은 독립서점이 대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살면서 대전을 한눈에 품어볼 수 있는 곳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구석구석에 자리한 골목길도 탐험해 보았다. 도시도 읽어볼 수 있는 대상이다. 

행사는 개최 및 행사 안내, 대전문학관장 환영사, 다시 한벌 말하자면이라는 듀오의 축하공연에 이어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대전이라는 곳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이 태어나고 이사 온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방민호교수는 예산의 덕산이라는 곳에서 태어나서 아버지를 따라 공주로 이사를 갔다가 다시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대학교에 가기까지 대전의 태평초등학교, 북중학교, 동산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많은 애착이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하고 싶은 대전을 소설에 풀어내며 자신을 타자화하여 썼다고 한다. 

대전을 사랑하고 학창 시절을 보낸 대전을 문학으로 풀어낸 서울대학교 방민호 교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문학대전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대전이라는 도시에서 오래 살아가면서 도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 아닌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관점이 아닌 개인의 관점에서 도시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말해주는 하나의 무대이기도 하면서 삶의 도화지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을 데생해 볼 수가 있다.  ‘그린다’는 뜻의 프랑스 말 ‘데시네’에서 나온 말로 데생은 비례를 가장 중요시하고, 대상물을 확대하거나 축소하여 정확한 사실 묘사를 한다. 삶의 데생에서 어떤 것을 가장 중요시하고 기억을 하던가 지울 것인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연필에 달려 있다. 그런데 사랑은 굳이 연필로 써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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