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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5. 2023

옥천 향수

날이 좋은 날 대청호반을 보면서 차 한잔 어때요. 

생각으로 남겨지는 것이든 감각으로 남겨지는 것이 든 간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향수(鄕愁)는 있다. 사물이나 추억에 대한 그리움은 옥천의 정지용 시인에게는 국어마저 핍박받고 억압을 당한 일제강점기의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 상실의 비애감을 담은 대표적인 시다. 옥천이라는 지역이 연상케 하는 것은 평범한 한 농촌이기도 하면서 가족사적인 풍경과도 연결이 된다. 

이곳은 옥천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읽기에 좋은 느낌의 카페다. 정지용의 향수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상실된 낙원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저 아래에는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을이 있었을 것이다. 마을이 있는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향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곳이다.  

음료를 주문하고 마치 펜션처럼 지어진 카페를 돌아본다. 이 카페의 주인은 그림을 좋아하는지 몰라도 곳곳에 그림이 걸려 있고 다양한 스케치가 걸려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스케치는 생생함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태도와 더불어 아마추어 화가의 증가, 자연예찬의 경향, 여행수단의 발달 등으로 스케치는 간단한 펜·잉크·연필·초벌 도료등을 사용하여 그렸는데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감성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오래된 책 여러 권의 창가에 놓여 있고 그 앞을 바라보면서 앉아서 대청호반을 주시해보고 있었다. 시각적 경험을 기록하는 가볍고 즉흥적이며 완성된 그림의 한 양식이기도 한 스케치는 마음의 기록으로도 남겨볼 수 있다. 

정지용이 살았던 시대를 살아본 적은 없어서 그날의 향수를 온전하게 생각해 볼 수는 없지만 읽어볼수록 디테일과 스타일이 살아있는 그림이 이곳에 있었다. 스케치의 유형 중에 크로키는 화가가 보고 기록해두고 싶은 정경이나 사건을 상기해 내기 위해 그리는 것이고, 포샤드는 색을 사용하여 풍경의 분위기와 전체적인 인상을 기록해 놓기 위한 것이다.

2층규모의 카페는 작지만 아늑한 느낌이 든다. 곳곳에 창을 내어서 어디서든 지간에 대청호를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불편을 해소할 방법을 찾고, 더 큰 즐거움과 어울림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때를 아는 것만으로도 좋은 계절이다. 

토끼가 달에 가지 않고 나무 아래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있다. 바구니에 복숭아가 담겨 있는 것을 보니 토끼들이 차를 마시는 때가 여름인 모양이다. 

이쁘게 데코가 된 음료를 들고 야외의 테이블에 나가서 앉아본다. 날이 참 덥고 시간은 또 흘러가고 있다. 옥천의 정지용의 향수가 느껴지는 스케치를 그린다면 어떤 빛깔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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