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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30. 2017

데블

악마는 자신 속에 있다. 

영화 속에서 데블이나 데몬이라는 단어는 흔하게 등장한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콘스탄틴에서는 데몬이 등장하고 키아누 리브스 영화 데블스 애드버킷이라는 영화에서는 데블이 등장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데몬은 인간의 형태를 가지지 않은 야수형 악마, 데블은 인간의 모습을 한 인간형 악마라고 보면 된다. 


동양과 서양은 접근하는 관점이 다르다. 서양의 경우 데블은 정해져 있으며 그 본질은 바꿀 수가 없다는 사상이 저변에 깔려 있고 동양의 경우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선인이 될 수도 있고 악인이 될 수도 있다는 쪽이 우세하다. 즉 신체는 영혼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며 그 영혼이 자신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데블이라는 영화는 악마의 의도적인 초대를 받은 죄지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 스릴러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스타일리시한 영상마저 돋보인 영화 데블은 말 그대로 웰메이드 영화이다. 스토리는 필라델피아 한복판의 고층 빌딩,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다섯 사람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된다. 잠시 후 이들은 같은 시간,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고,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춰버린 순간, 그들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닌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 중 누군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영화는 한정된 공간인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진다. 조그마한 공간에서 이유나 영문도 모른 채 같이 타게 된 다섯 명의 정체를 밝혀가면서 일어나는 일을 꽤 짜임새 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여기에 과거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경찰을 등장시킴으로써 서로 간의 관계도에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선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필요도 없는 것을 파는 사람들은 선한가?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연관되어 살아간다. 어떠한 대부호나 어떠한 가난한 사람들도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살기가 어렵다.

 

영화는 악의 존재인 데블을 등장시키지만 오히려 침묵하는 신보다 명확한 질서를 지키는 존재로 보인다. 우리는 법이라는 것을 만들었지만 법이라는 것의 의미는 이 영화에서 표현하는 악마에 더 가깝다. 죄를 지은 사람을 사랑으로서 포용하고 고해성사를 함으로써 모든 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독교 등의 교리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오직 하나의 죄만 있다면 하느님을 믿지 않는 것...


엘리베이터에 탄 선해 보이는 다섯 명의 사람들은 각각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범죄자들이다. 

다단계 사기로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어떤 사람은 자살하게까지 한 사기범 

자신의 이득에 의해서 사람을 살해하는 살해범 

돈을 벌기 위해 소매치기를 해오면서 살아온 소매치기범 

명품과 돈을 위해 사람을 속이면서 결혼한 후 한몫 챙기려는 여자

우연한 사고로 사람을 죽게 만들었지만 일말의 양심은 있는 뺑소니범


자신이 잘살기 위해서 혹은 남들보다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충분히 남을 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우리들은 충분히 악해질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은 선과 악의 관점을 생각할 수 있는 시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는 철학적인 과제인 듯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겉모습에 모든 판단을 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흑인에게서는 느끼는 선입견, 할머니, 세련된 여자, 말발 좋은 남자, 백수처럼 보이는 사람,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아주 조그마한 계기만으로 서로가 불신하게 된다. 

지구 상의 모든 생물 중에서 가장 잔인한 것은 인간일지 모른다. 다른 동물들은 필요 이상으로 살생을 하지 않는다. 그냥 생존하기 위해 딱 필요한 만큼만 살생하지만 인간만은 다르다. 사자나 호랑이가 광기에 사로잡혀 동물들을 마구 죽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전쟁의 광기, 권력의 광기, 탐욕의 광기에 사로잡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같은 인간들을 살생한다. 인간이 인간을 해칠 수 없게 하기 위해 법이 존재하지만 이 법이 무력화되는 순간은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비상계엄령이 내려지면 모든 법은 그 효력을 잃는다. 


지금은 유명한 게임명으로 사용되는 디아블로는 그리스어 '비방하는 자'라는 뜻의 디아블로스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데블의 어원이기도 하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그 어떤 행위보다 사악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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