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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2. 2023

글의 결

김천의 문학여행 백수 정완용의 백수문학관(白水文學館) 

누군가가 내뱉은 말들은 처음에는 실개천처럼 흐르다가 말라서 사라지기도 한다. 말은 누군가에서 누군가에게로 오가곤 한다. 한 번 내뱉은 말은 그 즉시 흘러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 내보냈지만 자신의 의지로 다시 주어 담을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의 말들이 천을 이루고 강을 이루어서 우리가 보는 세상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평범한 글이나 단어는 누군가의 눈으로 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김천에 가면 다양한 시적 소재를 통해 한국적인 한의 세계를 조국에 대한 애정으로 승화시켜 표출하거나, 전통적인 서정에 바탕을 둔 자연관조의 세계를 시화했던 백수 정관용의 백수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대지면적 3,587㎡, 연면적 603.2㎡ 규모의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한식 기와집 형태의 건축물 내 120㎡ 규모의 전시실 1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호처럼 백색의 물처럼 자연처럼 맑고 정갈한 그의 시정신이 잇는 곳이다. 깨끗한 물, 오염되지 않은 물이 되어 세상을 정화하고자 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고향인 김천에서 아호를 따올 만큼 고향에 대한 사랑과 동경이 있었던 사람이다. 그는 시조를 위해 살아간 사람이다. 

기품이란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마음이 번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풍겨 나는 것이다. 어떤 이에 의해서 쓰인 글은 때론 위로가 되어준다. 읽는 글의 중간중간에 다양한 메시지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크지는 않은 문학관이지만 전시실은 8개의 소주제로 구분되어 있다.  제1코너 “시의 연보”에서는 정완영의 흉상과 연혁 및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패널이 전시되어 있으며 제2코너 “창작시집”에서는 정완영의 시집, 서각, 사진을 전시한다. 정완영의 시 창작 배경이 소개되어 있는 그래픽 패널이 제3코너를 이루고 있으며 제4코너 “문인과의 교류”에서는 시인 구상, 박목월 등의 서간문 및 정완영의 훈장, 일기장 등의 소장품을 관람할 수 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제5코너는 병풍, 문패, 책상, 지팡이, 시집, 원고류 등 각종 유품으로 정완영의 서재를 재현해 놓은 공간이며 제6코너에는 정완영의 대표 시조 9개 작품이 그래픽 패널로 전시되어 있다. 제7코너는 탁본 체험 공간, 제8코너는 멀티미디어 감상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시조와 시는 다르다. 단어와 단어사이에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서 음미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시조는 말과 말의 행간에 침묵이 있다면 시는 단어와 단어사이에 메시지가 있다. 글을 쓰다 보면 그 단어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문득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같은 단어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다르게 다가오고 단편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떤 단어는 깊은 울림이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다양한 시적 소재를 통해 한국적인 한의 세계를 조국에 대한 애정으로 승화시켜 표출하거나, 전통적인 서정에 바탕을 둔 자연관조의 세계를 시화했다. 그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존재 탐구와 더불어 자연적 생명성의 시의식이 드러나고 있는데 죵고적인 관점에서 불교적 소재나 상상력을 동원하여 시조에 담으려고 했다.  인연(因緣)의 순환, 무상(無常)의 세계,  연기(緣起)의 법칙 등을 분류하여 드러냈다. 

그의 시중 대표적이라는 조국이라는 시를 펼쳐놓은 것이 보인다.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구비 구비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 조국(祖國) / 정완영 (1962년) 

백수문학관에는 김천의 자연을 담은 사진들이 걸려 있다. 가을 단풍은 무엇을 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가을에는 볕이 자 드는 창가에 앉아서 차를 마셔도 좋고 누군가와 통화를 해도 좋다. 아주 작은 것에도 가진 것과 무관하게 누릴 수 있는 삶이라면 감정의 요동은 많지가 않다. 글의 결을 읽는 마음으로 그때그때 만끽하고 싶은 계절이 다가오는 때를 그냥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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