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가게, 서산의 옹골찬 구옹진 냉면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기 위해 매일 망원경에 눈을 대고 있는 천문학자처럼 새로운 물리학의 논리를 발견하려는 물리학자처럼 그 변화를 찾기 위해 매일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고 있다. 적어도 100년의 시간을 간직했다면 그 맛은 좀 다르지 않을까. 시간의 맛을 가진 음식들은 그 지역의 매력을 돋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지역마다 생기는 100년의 가게들이 반갑기도 하다. 꼭 사람 많은 곳에 맛집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삼대를 이어갈 정도가 되면 하나의 색깔이 된다.
서산의 오래된 골목을 탐방해 보았다. 이날은 서산에서 행사가 있어서 참석하기 위해 방문하게 되었다. 여유를 가지고 서산에서 백 년 가게라고 지정된 한 냉면집을 찾아가 보는 길이다. 구옹진냉면이라고 해서 서산시민들에게는 익숙한 냉면집이기도 하다.
삶은 유한하고 그것이 맛있는 것을 찾아다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식가가 아니라서 하루에 최선을 다해도 세끼이상을 먹기가 쉽지가 않다.
구 옹진냉면집은 충청남도 기업승계기업이며 충남행복가게로 지정된 곳이며 백 년 가게이기도 하다. 이제 시간이 더 지나면 이 백 년 가게도 지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로 맛집이나 핫플 카페가 될 집을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즉 자신만의 맛집을 찾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냉면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은 아니지만 조금은 특이한 음식들이 있다. 냉면도 아닌 것이 밀면도 아닌 것이 막국수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냉면들이 있다.
오랜 시간 냉면을 만들어온 이 음식점의 메뉴는 많지가 않다. 물냉면과 비미냉면이 있고 만두는 가을부터 시작해서 봄까지만 내놓는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두 개중에 하나만 주문하면 된다. 배가 고팠기에 곱빼기를 시킬지 그냥 기본을 주문할지 고민을 했다. 만약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곱빼기는 조금 부담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기본양도 몰랐지만 곱빼기를 주문해 보았다.
냉면의 찬은 보통 단출하다. 냉면에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냉면을 파는 집중에 반찬이 한식처럼 나오는 곳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주문한 물냉면이 나왔다. 밀면 같기도 하고 육수는 마치 냉메밀육수처럼 보이기도 하다. 면위로 듬뿍 얹어진 오이채와 고기, 계란과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다. 다른 냉면 색과 다른 검정 색으로 간장을 오랜 시간 달여 만든 것이 특징인데 밀가루와 옥수수 전분으로 매일아침 직접 제면해 면에서부터 차별화가 있다.
휘휘 저어서 흩어보았다. 이 냉면의 정체가 무엇인지 보기 위해 국물도 조금 마셔보는데 짜지는 않지만 간은 적당하게 배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있는데 기본맛을 느껴보고 위에 식초와 겨자를 뿌려서 취향에 맞추어보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곱빼기를 주문한 것이 딱 좋았다. 남성분이라면 혹은 양이 조금 많은 여성분이라면 곱빼기를 추천한다. 만약 기본을 먹었다면 상당히 아쉬움이 들만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유독 지치는 날이라면 때론 인생이 여러 가지 문제들에 둘러싸여 있다면 한 끼의 맛있는 식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람은 먹어야 존재할 수가 있다. 이 집의 냉면육수는 모두 마셔도 될 만큼 시원하면서 감칠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