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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3. 2023

주토피아

갈비뼈사자 바람이 청주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다. 

동물을 캐릭터로 등장시킨 영화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나왔다. 그중에서 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여럿 있었지만 라이언킹이 대표적인 영화다. 사자라고 하면 동물의 왕으로 대표된다. 사람과는 한 공간에서 머무를 수는 없지만 모든 동물을 아우르는 느낌으로 다큐멘터리에서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자는 홀로 사냥을 하는 것이 매우 쉽지 않은 동물이다. 지구력이 약해서 암컷들이 협동을 해서 사냥을 하지 않으면 영양 한 마리를 잡기도 힘들다. 

오래간만에 청주의 동물원을 찾았다.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열악한 사육 환경 속에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갈비뼈 사자’로 불렸던 수사자가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온 뒤 건강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동물원 역사는 일제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바꾸어버리면서 시작되었다. 조선왕실의 맥을 끊으려는 것으로 궁궐을 사람들의 볼거리로 전락시키기 위해 1909년 창경원동물원은 동양에서 5번째로 설립되었다. 어릴 때 창경원을 갔던 기억이 나는 것은 왜일까. 창경원은 1984년 창경궁 복원과 동시에 지금의 서울대공원으로 이전되었다. 

중부권에서 대규모의 동물원은 많지가 않다. 대전의 오월드와 청주의 동물원정도이다. 청주동물원은 1995년 야생조수관람장 착공을 시작해서 997년에 청주동물원으로 개원한 것이 오늘날의 모습이다. 2021년 천연기념물 동물치료소로 지정이 되었는데 멸종위기동물 보전시설 확충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자연상태의 동물들은 행동반경이 상당히 넓다. 각자의 영역이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그 생태를 온전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같은 세상은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동물들이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영화 주토피아에서는 공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포식자 계층과 초식동물 계층으로 양분할 수 있으며 기존 먹이 사슬로 얽혔던 관계를 깨고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명확한 선입견은 보였다. 

청주동물원에서 가장 먼저 사람을 맞이해 주는 것은 바로 수달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수달은 무더위를 식히며 안빈낙도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원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 의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글북이나 마다가스카는 인간이 함께 등장하며 라이온킹은 동물들이 야생에 가까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주토피아는 인간의 관점이지만 오히려 더 동물들의 속내를 잘 보여준다고 할까. 

오르막을 올라가는 곳에는 늑대들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서열이 정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늑대들의 사회는 인간사회가 많이 닮아 있다. 사회성과 협력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리더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 들이기 때문이다. 

사자란 동물은 육식동물이면서 부족한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동물의 왕이라고 불려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겉모습과 가족과 같이 무리를 만들어가는 생활 때문이 아닐까. 홀로는 거대한 초식동물에게 대항을 할 수 없으며 하이에나들에게도 쉽지 않다. 

경사로를 이용해서 만들어두었기에 동물들은 자연스럽게 자연의 지형 속에서 살아갈 수가 있다. 영화 ‘주토피아’의 다수를 차지하는 초식 동물들의 지지로 포식자 ‘사자’ 임에도 시장에 당선된다. 역시 동물원을 말할 때 사자를 빼놓고 이야기하면 앙꼬 빠진 찐빵 같은 것인가. 

아직은 많이 덥다. 올라가면서 물어보니 사자들도 더워서 거의 실내공간에서 머물면서 쉰다고 한다. 

사자 바람 이는 바로 야생동물보호시설에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 바람이는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났다가 12살이 되던 2016년에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7년간 가로 14m, 세로 6m인 약 25평 정도의 비좁은 우리에서 살았다고 한다. 

야생동물이 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곳도 상당히 비좁을 것이다. 최근에 고령군에서 탈출한 사자가 사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먹는 것도 부실해서 마른 사자를 사살할 수밖에 없는 대처가 아쉽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바람이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CCTV를 통해 바람이가 있는 공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청주동물원에는 수사자 ‘먹보’(19살)와 암사자 ‘도도’(12살)가 약 2000㎡ 면적의 야생동물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위험이나 안전을 확인해야하는 동물원에는 적지 않은 CCTV가 설치가 되어 있다. 이곳에서 바람이를 볼 수가 있다. 청주동물원 측은 실내에 갇혀 살 때 못 느낀 바람을 실컷 느끼며 살라는 의미로 ‘바람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바람이는 사람 나이로 환산한다면 즉 수명으로 환산하면 100세에 가까운 노령의 사자라고 한다. 야생에서는 자연스럽게 도태가 되었겠지만 문명사회의 동물원에서는 수명대로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청주동물원은 2014년 환경부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동물복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환경개선과 멸종 위기종 복원·증식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22년 환경보전 유공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고 한다. 

유토피아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처음 주목받은 것은 토마스 모어의 소설이었다. 원제목은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한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대단히 훌륭한 소책자"다. 앞으로도 영화 주토피아처럼 동물이 지구의 주인이 되는 시대는 오지 않겠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생존권은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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