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스토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Feb 10. 2017

신분상승

고시가 필요 없는 이유

고대국가에서 조선과 한국으로 오기까지 신분상승의 욕구는 상당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 중 하나다. 현대판 과거제도라고 볼 수 있는 고시는 확실하게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을 패스한 사람들이 대다수 서민들의 입장에서 서 있었던 적이 얼마나 있을까. 그들은 출세의 수단으로만 생각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고시생 모임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이 압도적으로 사시를 찬성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로스쿨과 사시를 이분법적으로 분리를 하면 마치 로스쿨 출신들은 기득권을 위해서만 일할 것 같고 사시 출신들은 서민들을 위해 법해석을 해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시가 존속하는 동안 유전무죄가 없어졌고 상식상 이해가 안 가는 판결이 줄어들었는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개천이 강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길이를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만의 리그로 들어가면 진입장벽을 높여서 일반 국민들에게 특권의식을 가진 그들의 사고는 정상적이지 않다.


사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목적의식은 대부분 한 방향으로 뚜렷하다. 고시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은 사법고시는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법의 해석과 적용, 국가를 대변해 다른 국가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해외에 나간 국민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외무고시의 인재상이며 국가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인재상을 행정고시에서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고시를 준비하고 패스한 사람들의 목적은 하나뿐이 없다. 출세다. 출세를 원하는 것은 인간인 이상 당연한 것이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특권의식에 심각하게 물들어 있는 데다가 원래 고시가 원하는 인재상과 거리가 멀다. 그들은 해야 할 일보다는 단순히 자신이 있는 그 입지를 도구처럼 사용한다. 형평성이란 없으며 국민을 대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어린 나이에 그 장벽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일탈행위는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현재 국정농단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시 출신들이고 누가 봐도 특혜인데 불구하고 그들은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연 계층이동이라는 것이 그런 삶을 살기 위한 것이고 좀 더 썩은 구렁텅이로 들어가는 것이 목적인가. 로스쿨의 비싼 학비가 문제라면 그걸 보완하고 입시 비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병행 보완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자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자제들이 로스쿨에 더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비리가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런 식의 논리라면 SKY에 돈 있는 집안 자제들이 사실 더 많이 합격한다. 앞선 논리라면 반드시 입시 비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SKY도 폐지해야 함이 마땅하다.


사람은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고시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고시에서 필요로 하는 과목을 남들보다 더 과하게 공부해야 한다. 인생학이라던가 인성 그런 것은 필요 없다. 그들이 업무를 잘한다는 보장 또한 사실 없다. 조금 더 잘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밑에서부터 착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면서 올라오면 평범한 공무원보다 업무의 융통성이라던가 효율성이 과연 담보될 수 있을까. 오히려 중간에 끼어들어오면서 일반 공무원들의 계층 사다리를 막는 것이 고시의 대표적인 폐해이다.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계층으로 이동이 꼭 고시를 통해서만 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사회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들이 특정 업무에서 월등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유연하고 투명하게 고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계층 이동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상당수의 정치인이나 기득권들이 그걸 낙하산으로 악용하기 때문에 인식이 좋지는 않지만 선진국에서는 그런 제도를 잘 구축해서 운영하고 있다.


고시를 통해서 공직에 들어온 사람들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직무 역시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시가 단순히 신분상승과 그들의 특권을 공고히 해주기 위한 것이 지금의 작태라면 없어지는 것이 맞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