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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1. 2023

냉천공원

찬물에도 피어나는 사랑의 열정의 꽃 복수초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의 도시가 발달할 때 상하수도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지만 공원과 자연하천에 대한 관리를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선시대의 생활용수를 사용하고 물을 내보내는 하수도 같은 방식이 유지되고 있었다고 할까.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곳은 보통 물이 배수가 잘되어서 지형이 동굴처럼 변하기도 하는데 이곳에 물이 고이게 된 것은 탄산칼슘이 용해되고 남은 불순물이 쌓여서 형성된 점토질 토양(테라로사)으로 인해 습지로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일반 사람들은 돌리네(doline)라는 지역명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돌리네 습지는 석회암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 지하수 등에 용해되어 형성된 접시모양의 웅덩이인데 일반적으로 배수가 잘되어서 물이 고이지 않지만 특이하게 습지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곳에는 동해에 부임했던 사람들에 대한 비를 비롯하여 삼일운동과 관련된 기념비도 보인다. 동해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의 풍경이 익숙하겠지만 타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살펴보면 이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곳이다. 

매년 단오가 찾아오면 주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념하는 샘실문화 대축전을 열기도 하는 곳이다. 

천곡동은 냉천 즉 찬물내기에서 예로부터 토속신앙으로 냉천에 본당이 있고 바닷 쪽에 해 성황당이 있어 매년 풍농·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오고 있다.

냉천(찬물내기) 공원은 ‘찬물이 나는 샘’이라 하여 찬물내기로 부르고 있는데 희귀 수종인 주엽나무·말채나무를 포함해 수형 200년의 느티나무 등 10종 260여 그루의 보호수목이 자라고 있다.

동해시는 강릉이나 속초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도시다. 길게 이어진 공원길에 심어져 있는 복수초는 동해시가 2017년부터 심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꽃이 황금색 잔처럼 생겼다고 측금잔화(側金盞花)라고도 부르고, 설날에 핀다고 원일초(元日草),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설연화(雪蓮花)라고 부르는 복수초(福壽草)는 미나리아재비과 복수초속에 속하는 식물이다. 흔히 누구한테 복수를 한다는 그런 복수와는 의미가 다르다. 

지하에서 샘솟듯이 솟아오르는 찬물은 샘을 채우고 돌아서 아래로 흘러서 내려간다. 때로 우리는 나답게 살지 않는 일상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봐야 한다. 

계절이 흘러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 언제 끝나는가 싶더니 벌써 늦더위가 차마 가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솟아놓은 찬물에 손을 담가보니 시원하다. 역시 여름에는 시원한 물에 손이나 발을 담그는 것만큼 좋은 피서가 없는 듯하다. 

동해시의 고요한 이곳의 냉천공원은 아늑한 느낌과 함께 약간은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이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느낌보다는 자연이 빚은 공간과 같은 느낌이랄까. 한국에서 가장 먼저 복수초가 피는 동해시 냉천공원은 샘솟듯이 올라오는 물처럼 생명의 씨앗도 먼저 심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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