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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1. 2017

컨택트

도화지에 그리는 인생

컨택트는 외계 혹은 SF에 기대어 인간을 투영하는 영화다. 어떠한 의도(대부분은 악한 의도)를 가지고 지구를 찾아왔는지 모르는 외계인들의 비행물체가 지구의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제적으로 반목을 하던 국가들도 외부의 적에 힘을 합쳐 대항한다. 소통은 미국이 하고 격한 대응은 중국이 한다. 언어학자 루이스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여성으로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물리학자인 이안과 함께 팀을 이루어 외계인들과 대화에 나선다. 


대화 혹은 소통이라는 말은 아주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히 어렵다. 대화의 기술이라는 책들이 서점의 가판대의 위에 항상 놓여 있는 것은 우리가 소통의 부재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소통하는지도 모르는 외계인과의 대화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루이스는 조금씩 그 실마리를 찾아간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때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공중전 한 번 없이 영화는 시종일관 조용하고 묵묵하게 진행이 된다. 외계인들의 우주선을 보면 중력에 자유로운 형이상학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지적인 탐색이 이루어진다. 그들과의 대화가 지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인간들의 언어보다 진화된 것처럼 보이면서 상형문자 같은 형태도 띄고 있다. 그걸 해석하고 소통하는 루이스도 연기력도 대단하지만 그것만으로 긴장을 유지하는 연출의 섬세함도 엿보인다. 

인간이 다른 세상의 언어와 소통하는 것은 프로메테우스에서 보여준 바 있다. 인류의 언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그것과 전혀 다른 형태의 언어의 형태를 띤 외계언어를 등장시키면서 인류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에 시선을 돌리게 한다. 

외계인과 인류의 접촉을 다룬 것 같지만 이루가 존재하는 이 세계에 대한 본원적인 물음이 저변에 자리하고 있다. 언어학자인 루이스는 과거의 기억, 성격, 성별을 떠나 타고난 언어학자이며 언어를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두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 관객들이 외계인과 소통하는 채널은 오로지 루이스를 통해서이다. 채널을 하나로 집중시키면서 관객들은 루이스의 행동 하나하나와 대화방식에 집중을 하게 되고 그녀가 느끼는 혼란을 같이 겪게 된다. 

중반 이후에는 관객들도 짐작하겠지만 이해 못하는 대상에 대한 두려움과 이해 부족으로 가장 쉬운 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기다렸던 언어적 소통의 문제는 금세 폭력적인 수단 앞에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지구인들 역시 아바타 등의 영화에서 소통을 시도하는 것처럼 했지만 폭력성으로 점철된 바 있다. 소통하지 않은 고립은 폭력을 야기하고 소통은 평화를 이끌어낸다. 둘 사이에는 작으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왜 외계인들은 원의 형태로 언어를 표현했을까. 현재와 미래는 이어지고 미래는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 동양의 윤회사상을 언급하지 않아도 언어 속에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는 것은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언어에 미래가 숨겨져 있다면 믿겠는가. 

과거인 줄 알았던 루이스와 딸 한나의 이야기는 비전처럼 그려진다. 외계 언어 학습을 통해 루이스는 미래를 보고 미래를 보는 루이스는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시간관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언어 속에 시간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색다른 관점이다.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필자로서는 연구해볼 만한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언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좋았던 기억, 나쁜 기억,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미래를 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나쁘고 슬픈 기억은 지워버리고 싶은가. 그것을 빼고 당신의 인생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아니 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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