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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5. 2023

자본 편향

한국의 자본주의는 수정 없이 지속가능할까. 

자본주의는 분명한 개개인에게 더 나아지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과하면 반대급부의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사고들의 이면에는 돈이 있다. 자본편향이 극대화된 사회에서 인간을 평가하는 가치척도는 돈이다. 돈은 중요하지만 인간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인생의 지향점은 전혀 아랑곳없이 의대를 가려고 하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에만 모두 혈안이 되어 있다. 최근 학부모의 민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이초 교사 추모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돈이다. 왜 돈이 문제가 되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20세기 때와 달리 21세기의 학교는 말 그대로 좋은 대학과 직장을 얻기 위한 교습소 같은 곳으로 전락을 해버렸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이나 배려 같은 것은 더 이상 중요한 의미가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가정이 한 명뿐인 아이들은 누군가와 교감하고 배려하면서 사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 개인적이며 자본주의 지향적인 사람으로 자라나게 된다. 여기에 부모는 한 명뿐이 없는 자식을 위해 악질적인 민원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에게 선생이라는 존재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돈이라는 잣대로 평가가 되면 어떤 가치 있는 것들도 단순히 서비스에 불과해진다. 기존의 가치관에서 자본편향이 심해질수록 자본이 모든 것을 설명하게 만든다. 정의라던가 정직한 가치관에 의해 돈을 버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교권추락은 사실 아동학대법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이미 사람은 자원화되어 있다. 사회에 나가서 얼마나 쓸모 있게 돈을 벌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느냐가 교육의 최대목표이다. 한정된 자원에서 자신의 자식에게만 집중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극성스러운 부모의 역할(?)로 전락해 버렸다. 


그런 부모라도 없는 학생들은 교사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자연스럽게 도태가 된다. 사회에는 그렇게 도태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음성적으로 수면 아래에 있다가 어떤 트리거에 의해 폭발하게 되면 최근의 묻지 마 살인의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고비용 사회에서 돈이라는 가치가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아이 한 명을 사회로 내보내기에도 너무나 벅찬 현실 속에서 두 명의 아이란 자신의 인생을 수렁에 집어넣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가 학교에서조차 도태된 아이라면 더욱더 문제는 심각해진다. 


교권을 위한 법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이미 사회의 모든 시스템은 돈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 잡아 있다. 이른바 갑질이 생겨나는 것은 상대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고 많은 사람이 그런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 한다. 이 사회는 모든 것이 숫자로 평가가 되고 비용-편익(BC) 분석은 경제성으로 평가된다. 사람의 생명조차 많이 죽어야 의문의 죽음도 자세히 조사를 한다. 수도권은 더 많은 도로와 공공시설, 대중교통이 더 많이 갖추어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살 수 있도록 기반시설이 확산되고 많은 사람이 이용할수록 경제성과 사회적 편익은 높게 나온다. 


지방은 어떨까. 이미 국가의 세금등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투자가 되었기에 지방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 각종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 당연히 사람들은 적게 살게 되고 적게 살게 되면 경제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지방은 개발할 필요가 더 없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을 마냥 낙후된 상태에 놓아둘 수가 없으니 각종 국제행사나 대회, 축제 등을 위한 예산을 투입하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낼뿐이다. 여전히 정주환경은 좋지 않은 지방에서 다시 서울과 수도권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사람이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데에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지금처럼 자본편향이 심화되고 수많은 언론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정보를 왜곡하거나 통계를 부분적으로 보여주어 사회적인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것을 놔두어야 할까. 게다가 정치권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득실에 의해 더 많은 갈등을 만들어낸다. 돈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감정은 없지만 사람과 결부되는 순간 온갖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살아있는 사람이 무생물이기도 한 돈이라는 가치에 더 많이 귀속되어 가는 것이 자본 편향이다. 사회의 모든 문제를 살펴보면 그 근간에는 돈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돈을 균형적으로 바라보고 정치인들에게 선동되지 않으며 언론을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모를까. 자본 편향은 더 심각해지고 수많은 사회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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