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저류시설이 걷기 좋은 가원습지 생태자연공원으로
어디서나 있는 들이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공간들이 있다. 옛 이름을 찾아서 올라가다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동해시에 가을 산책을 하기 좋은 곳으로 가원습지라는 곳이 있다. 행정동은 북평동에 속하는 곳으로 가원이라는 한자는 '못가에 있는 들'이라는 뜻으로 '갓뜨르'를 옮겨 적은 한자지명으로 가는 못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들이라는 표현 때문인지 몰라도 봄을 이야기했지만 가을에 어울리는 시로 이상화 (李相和)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있다. 화자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는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로 표현했다.
가원 생태습지라는 곳은 1970년대 쌍용양회가 시멘트 부원료인 점토를 채취하면서 흙탕물 저류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조성된 웅덩이 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서식하는 자연습지로 자리를 잡았다. 이곳이 생태 자연학습장으로 조성된 것은 2013년이니 10년 전의 일이다. 산책로는 942m에 이르는 생태습지다.
습지는 1만 540㎡ 규모로 둘레에 마련된 데크를 따라 942m의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데 20여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로 고저차가 크지 않아 걷기에 부담이 없다. 지가동 산 70-3번지 일원 4만 5900㎡의 부지에 조성돼 있는 ‘가원습지생태자연공원’을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 4억여 원을 들여 ‘가원습지 가족특화공원’으로 추가 조성해 두었다.
2024년에는 습지의 갈대 제거와 함께 준설을 통해 연당을 만들고, 수생생물 관찰 기반을 조성하는가 하면 공원 둘레길(숲길 270㎡) 확충과 경관조명 설치에 나설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모든 것에는 완전한 만족이라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부족한 것을 전체로 보고 살아가는 것과 채워진 것을 보면서 살아가는 것은 결국 관계의 질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구석구석에 자리한 다양한 볼거리와 걷는 걸음마다 보이는 것에 가치를 찾아보려고 한다.
보통 습지는 강의 하구(河口)에 흔하며 이곳에는 대개 광활한 삼각주가 만들어지게 되지만 가원습지처럼 내륙에 생기기도 한다. 습지는 풀, 골풀 모양의 식물, 갈대 또는 골풀이 중요한 식물이다.
가끔 그런 날은 있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마음이 만족스러운 날이 올 때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기분을 위해서는 자주 걸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원습지에만 심어진 수목식재는 31종 18,172주, 초화류 식재는 23종 39,850 본이며 야외학습장도 갖추어두고 있다. 가을 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감, 선물, 단풍, 그림, 열매, 구름, 여행 등이다.
가을의 하늘은 유난히 파랗다. 이상화 시인의 표현처럼 자신 혼자 이곳을 온 것 같지가 않다. 바람은 내 뒤에 속삭이며 종다리는 습지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는 듯하다. 문학이 오기에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