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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5. 2023

옥화구곡 가을길

음악인 서계 이득윤이 명명한 1609년에 만들어진 길

고요한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끔씩 위로 튀어 올라가는 물고기를 보곤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비교하려고 하지만 자연은 비교함이 없다. 참새는 부엉이처럼 날지 않아도 되며 부엉이는 참수리처럼 날지 않는다. 저마다 비행법과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아간다. 같은 나이라고 할지라도 사람마다의 걸음걸이가 있고 새마다의 날갯짓이 있다. 어제의 자기 자신의 걸음걸이가 어떠했는가를 살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옥화구곡의 가을길을 찾아서 가보았다. 

옥화 9경의 매력이라면 수심도 깊은 곳부터 낮은 곳까지 다양한 데다가 깎아진 계곡의 풍광과 수영은 물론, 아이들과 가볍게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계곡이 길마다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길에는 옛사람들의 효도비라던가 정자도 볼 수 있다. 달천의 계곡물, 주변의 경관은 한 폭의 그림을 만들면서 넓게 펼쳐진 맑고 투명한 물결에, 녹색의 산과 파란 하늘이 한 데 어울려 책 읽기에 좋은 이 시기를 보내기에 좋다. 

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더라.(In omm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 토마스 아 캠피스

구곡과 팔경은 성리학적인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된 인문경관으로, 수많은 지식인과 시인묵객들이 노닐던 문학과 문화경관이기도 하다. 보통 어떤 지역을 가던지 깊은 계곡이 있는 곳에는 구곡 아니면 팔경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옥화구곡은 완만한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마을과 함께 살아온 덕분에 끊임없이 사람들과 호흡하며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는데 임진왜란 이후에 정치가 혼란해지고 조선조정이 시끄럽자 조선시대 역학자이자 음악인인 서계 이득윤이 1609년에 처음 설정한 곳이라고 한다. 


가을의 옥화 9곡을 한 번에 다 보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보는 것도 괜찮다. 1곡인 만경대부터 후운정, 어암, 호산, 옥화대, 천경대, 오담, 인풍정, 봉황대까지 이어자는 길인데 하루에 보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가 된다. 


과거의 사람들이 이름을 정해놓았으니 개인적으로 바꿀 수도 없지만 전국에는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는 곳들이 적지가 않다. 

옥화구곡길을 거닐다 보면 특정성씨가 세거 했다는 세거지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성양박 씨나 파평윤 씨들이 이곳에 많이 머물러 살았다. 지역상으로 청주이지만 청주보다는 괴산 쪽에 가까운 느낌이다. 물론 지역적으로도 지근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친환경을 주제로 포장되지 않은 자연의 길을 달리는 행사는 지난해 6월 첫 개최됐고 올해 10월 2회 대회를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옥화구곡 관광길은 2020년 11월 완공됐으며 어진 바람길(5.6㎞), 꽃 바람길(5.2㎞), 신선 바람길(4㎞) 등 3개 구간으로 조성된 곳이다. 

옥화자연휴양림, 초정행궁 등 숙박이 가능한 관광시설, 직지코리아 페스티벌 등 다양한 지역 축제 기간과 대회를 직·간접적으로 묶는 방안 찾기를 진행 중에 있는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러닝 스포츠 종목의 인기 및 관련 장소코스 등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는 것과 연관성이 높다고 한다. 

옥화구곡에 빠졌다면 청주시 미원면 운암리에는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옥화자연휴양림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옥화자연휴양림은 면적이 136만㎡로 1999년에 문을 열었다. 청주시에서 속리산국립공원 가는 길에 위치해 있으며, 미동산수목원과도 가깝다. 대청호와 화양동계곡도 그리 멀지 않다.

좁디 좋은 길을 가서 위쪽으로 올라가 본다. 이곳에는 사람의 발길이 별로 닿지 않아서 그런지 말 그대로 고요한 가운데 정적만 흐른다. 

이곳 박대소는 옥화 9경 중 제9 경인 박대소다. 이정표를 보고 한참을 돌아서 들어온 느낌이다. 

이 길에서 열리는 2023 옥화구곡 트레일은 2023년 10월 14일 (토)에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구곡 일원에서 열리며 코스는 옥화구곡 관광길 15km다. 코레일 관관계발이 주최를 하며 트레일러닝화 또는 경량등산화(방수권장), 개인간식, 물, 휴대폰, 비상금등은 준비하면 된다. 

어느 누구나 자신만의 감정과 생각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말로 표현하거나 특히 글로 묘사하려고 하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항상 어떤 것의 사이나 경계가 있다. 글이 되는 대상과 글 쓰는 이가 일체가 되는 순간 느낀 감정과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듯이 계절을 풀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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