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간에 문화의 색채를 담는 뿌리공원
따사롭다고 해야 할까. 뜨겁다고 해야 할까. 아직 태양의 열기는 무더위를 머금고 있었다. 풍류를 즐기기에 딱 좋은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 시간도 짧게 스쳐 지나가듯이 지나갈 것이다. 바람이 자연스럽게 흐르듯이 지나가는 것이 바로 풍류다. 속되지 않고 운치 있는 일이나 음악이 바로 바람 ‘풍(風)’자와 물 흐를 ‘유(流)’자가 합쳐져서 된 풍류다. 자연만의 흐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흐름이라고 볼 수가 있다. 풍류란 자연을 가까이하는 것, 멋이 있는 것, 음악을 아는 것, 예술에 대한 조예, 여유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기도 하다.
뿌리공원은 성씨별 조형물과 함께 사신도, 12 지지를 형상화한 뿌리 깊은 샘물, 잔디광장과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오래전에 자전거를 타고 온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다시 뿌리공원을 오래간만에 찾아가게 되었다.
전국을 다니면서 성씨의 시조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많이 해서 그런지 뿌리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익숙한 편이다. 뿌리공원에서는 9월 2일 퓨전국악그룹 풍류(국악으로 떠나는 오감만족 일상회복 콘서트 ‘풍류가 있는 날’), 신명풍무악(희희-낙락, 대전연희콘서트, 시민과 함께하는 풍물잔치)의 공연이 열렸다.
도착하니 퓨전국악그룹 ‘풍류’가 선사하는 ‘Besame mucho(베사메 무초)’‘You raise me up(유 레이즈 미 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크릿 가든의 롤프 뢰블란(Rolf Løvland)이 편곡을 하고, 브렌던 그레이엄(Brendan Graham)이 가사를 쓴 노래 you raise me up은 롤프 뢰블란은 원래 아일랜드의 민요인 런던데리의 노래를 편곡하여 기악곡을 만들고 그 제목을 "Silent Story" (사일런트 스토리, 조용한 이야기)로 하려 했다고 한다.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웨스트라이프의 5번째 앨범인 Disneynature Chimpanzee Soundtrack의 첫 번째 싱글이다.
뿌리공원을 둥둥 떠 나니는 오리배는 발로 열심히 노력해야 나가는 배가 아니라 전동배로 모두 바뀌었다. 혹시나 부실한 하체 때문에 오리배 타기를 주저하는 분들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에는 퓨전이라는 단어는 분야를 막론하고 등장한다.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면서 국악 야외 공연이 전국 각지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수려한 가을날 풍경과 국악의 선율이 어울리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줄풍류·대풍류는 악기편성을 뜻하고, 사관풍류는 악곡을 가리킨다. 풍류를 즐기기 위해 찾아가는 사람을 풍류객이라고 표현한다.
국악기와 서양악기를 사용해 전통 음악을 연주하거나 국악기로 서양음악과 대중음악 등 장르를 융합하는 것으로 대중들에게 우리의 소리를 좀 더 익숙한 음색으로 들려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풍물 친다’·‘풍장 친다’는 말은 모두 농악기를 두드리며 노는 것을 뜻하고, 풍물놀이 역시 농악기를 가지고 판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꽹과리·징·장구·북을 가리키는 것이 풍물이다. 대전 문화재단은 오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 대전 명소 5곳의 야외공연장에서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풍류라고 하는 것 그리고 풍물이라고 하는 것은 삶에 생명이라는 생물학적인 개념과 한 멋진 삶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최치원이 설파하였던 풍류는 멋 혹은 삶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국가를 위하여 태평을 이룩하시매 종고(鐘鼓)를 가져 스스로 즐기셔도 술에 취하고 음악을 즐김이 아니어서 백성들과 함께 즐기시려고 철을 가려 의식을 거행하는데 풍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모든 것에 흥망성쇠가 있다. 풍류가 있으며 풍물로 함께했던 이날은 봄에는 새싹들이 자라고 꽃이 피며 여름에는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며 가을에는 풍요로우며 겨울에는 눈이 오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느끼게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