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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1. 2023

옥천풍경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쉼표 같은 시간이 필요한 이유

소지섭과 이미연이 주연을 했던 영화 회사원은 겉으로는 평범한 금속 제조 회사지만 알고 보면 '살인'이 곧 실적인 살인청부회사 내 영업 2부 과장 지형도와 훈의 가족과의 만남으로 처음으로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이야기 속에 막 다른 길로 달려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훈의 누나인 유미연과의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평범한 삶의 가치를 알게 된다. 그해 가을에 마지막 출근을 하듯이 영화 속에서 평온을 느꼈던 카페가 옥천에 있었다. 

옥천에서 소정리라는 곳은 카페가 많이 있는 곳이다. 소정리는 대청호 오백 리 길 10코스로 며느리눈물길이라고 명명된 곳이기도 하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 대청호 주변은 가로수로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벚꽃 흩날리는 날은 마치 봄에 눈 내리는 듯한 장관이 펼쳐지기도 한다. 잎이 지고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하면 벚꽃 가로수길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홍차가게 소정이라는 곳이 극 중에서 소지섭과 이미연이 차를 마시면서 평범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다. 평범한 삶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자극적인 것에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녀는 그가 보기에 너무나 평범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생활의 고단함,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옥천의 대청호반을 내려다보면서 행복함을 느끼고 홍차 한잔에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곳을 가려고 했었으나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쉬는 곳이어서 옥천 대청호반을 바라보면서 잠시 삶의 여유를 느껴본다. 

여행길 발길 닿는 카페에 들르는 것은 주변 풍경을 더 깊이 담는 것도 있겠지만 차 한잔의 여유를 통해 자연이 주는 힐링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목받는 요즘에 평범한 일상이나 가을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 있을까. 

근거리에 있는 다른 카페로 들어가서 음료를 주문해 본다. 하나가 오면 다른 하나가 달라지게 된다. 이제 곧 오게 될 추분점(秋分點)은 밤과 낮의 시간이 달라지게 되는 것을 알리는 날이다. 

원래부터 차를 좋아했지만 녹차나 홍차를 자주 마시려고 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블렌딩 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위스키나 소주 등 높은 도주에 홍차를 섞어 마시는 트렌드가 확산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조용한 분위기에 찻잎이 우려내려 지고 홍차 한잔을 마시기에 아름다운 이곳은 좋은 사람과 같이 보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옥천의 카페에서 촬영을 했던 이미연이라는 배우도 많이 성숙된 느낌이 난다. 어릴 때 읽어보았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소설책을 읽어보고 그녀가 주연을 했던 동명의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성적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것도 행복의 크기를 결정할 수는 없다. 한 곡의 음악과 가을을 느껴볼 수 있는 차 한잔 그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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