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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7. 2023

가을선율의 비

홍성 결성면에 자리한 빼어날 수 Cafe 

사람이 AI보다 나아질 수 있는 이유는 감정의 복잡함이다. 기쁨이나 행복도 있지만 분노, 우울, 트라우마가 있기에 사람은 더 나아질 수가 있다. AI는 감정의 동요가 있을 필요도 없고 트라우마가 생겨날 수도 없다. 가장 빠르고 빠른 계산을 할 수 있지만 결함은 거의 없다. 가장 완벽한 연주는 할 수가 있어도 복합적인 심리를 담을 수는 없다. 내리는 비에 옷이 젖고 귀찮은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생겨나는 그런 가을선율의 비를 느낄 수가 있을까. 

예술은 한계에 도전할 때 발현되기도 한다. 살면서 때론 무엇을 쫒아야 하는지 점차 흐릿해질 때가 있다. 재치 있는 사람들의 기교, 친숙한 선율, 내리는 가을비에 어울리는 가을색감이 코스모스에 묻어 있다. 홍성의 이 카페는 빼어날 수를 사용한 곳이다. 색색이 스며든 꽃들의 속삭임에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들었다. 총 천연색의 그리움이 물밀듯이 밀려올 때 방문해 보기에 좋은 곳이다. 

빼어날 수는 곡식이 꽃가루가 날리고 물알이 들어 추수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곡식이 빼어나어 열매가 달려 있으며 사물이 다 성장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빼어나다. 

결성면에 자리한 이 카페는 가을비, 가을색, 가을추수와 어울리는 빼어날 수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내리는 비에 한적한 풍광을 보여주는 곳을 지나칠 수가 없어 머물러 본다. 빼어날 수를 사용한 캐릭터 중에 대표적으로 펭수가 있다. '펭수'는 남극의 펭(성씨)에 빼어날 수(秀)로 2019년 3월에 시작된 ‘자이언트 펭 TV’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방문했던 날에는 결성면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선정하는지 소리가 꽤나 크게 들려왔다. 홍성군의 행정구역 역사가 결성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천수만 일대를 지키던 군사의 요충지였던 곳이 결성이라는 지역이다. 

지역마다 가보면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서 다른 곳에서 살다가 다시 정착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마을 사람들과의 인연도 있고 고향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정착하게 된 것이다. 

추석의 수제청으로 만든 음료수를 하나 주문해 보았다. 이곳은 대부분이 열린 공간처럼 조성이 되어 있어서 탁 트인 것이 매력이다. 

이곳을 결성면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사랑방역할도 한다고 한다. 결성향교나 결성동헌이 지금도 남아 있는 이곳은 홍성의 역사적인 여행지이기도 하다. 


무르익어서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것이 빼어날 수이다. 그 선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가 않은지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내리는 비에도 선율이 있다.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다. 가을비의 선율에 어울리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했던 라흐마니노프는 자기 불신과 불확실성은 그를 깊은 침체에 빠트리고 나서야 아름다운 선율을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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