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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5. 2017

이니셜 D : 레전드 3

달리고 싶다면...

사람이 죽을힘을 다해 뛰어봐야 한 시간에 40km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도 단 10초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한 시간에 그 속도로 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기계이던지 안드로이드일 것이다. 차량이 만들어지고 인간들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도시와 도시 사이에 연결 속도가 빨랐지만 산업화에 가속도를 붙였다. 


자동차는 대중화되고 그 성능이 높아지면서 문명이나 산업의 발전과 별개로 경주대회 역시 발전되기 시작했다. F1과 같은 경주대회에서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들을 뽐내면서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포장해내는 능력이 있다. 이니셜 D가 일본 사람들을 비롯하여 한국인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은 비싸고 파워 높은 스포츠카가 아닌 구형차인 도요타 AE86 스프린터 토레노를 끌고 유명 브랜드들의 차를 이기는 순간은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물론 대부분의 승리는 내리막 구간에서의 드리프트로 이기긴 하지만 오랜 기간 연습해온 후지와라 타쿠미의 실력에 기인한 것은 사실이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차량을 망가트릴 수도 있다는 드리프트를 주로 사용하는 이 영화의 제목 이니셜 D의 D는 드리프트의 약자라는 말도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일본의 자국 자동차 사랑 때문인 지는 몰라도 영화에서는 해외의 명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여기서 언급하는 명카는 BMW나 AUDI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프 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셰나 람보르기니 같은 차량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배경이 되는 아키나 산에서는 스포츠카들이 가지고 있는 마력이나 토크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이다. 오로지 운전자의 능력과 직감이 가장 중요한 곳이다. 만약 주인공이 세계적인 명차로 그곳에서 다른 차량들을 이겼다면 이 시리즈가 그렇게 인기를 끌 수도 없고 끌지도 못했을 것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잘 그리면서 유명한 일본에서 이렇게 주인공들을 대강 그린 영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그만큼 아마추어 자동차 레이싱을 현실감 있게 잘 그렸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스타일이 다소 변태스러운 아버지인 후지와라 분타의 두부 배달을 거들면서 운전 기술을 익힌 타쿠미의 성장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다른 세계로 나가게 되는 기점을 다루고 있다. 

오래된 자동차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오래도록 쓸 수 있게 만든다는 일본 기업의 정신이 이 영화에 녹아 있다. 그냥 대충 만들어서 돈이나 벌고 고객들을 외면하는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의 자동차는 그런 매력이 없다. 한국 사람들이 괜히 국내 자동차를 외면하는 것이 아닐진대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아직도 그 점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은 한국의 웹툰과 상당한 차이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일본의 만화들은 다시 보고, 또 보고, 심심할 때 다시 볼 정도의 깊이가 있지만 한국의 만화들은 그렇지 않다. 웹툰은 그것보다 더 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 


이 니설 D는 일본 최초의 레이싱 만화는 아니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계가 명확한 자동차로 경주하는 장면을 다이나믹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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