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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0. 2017

모멘텀

위기에 강한 여자

사람들은 막다른 길에 도달해보면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 회피하려는 사람이나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 그냥 아무것도 못한 채 주저 않은 사람,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 살려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한 모멘텀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한번 속도를 받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어서 계속 상승하는 것이나 자신의 힘으로 멈출 수 없는 그런 물리학적인 의미의 모멘텀은 영화 속에서도 적당하게 잘 표현된 듯하다.


007 시리즈와 묘한 스파이 시리즈에 출연한 이후에 별로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매우 매력적인 배우 올가 쿠릴렌코는 조용하게 여러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얼굴 생김새에서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그녀는 174cm에 시원시원한 마스크의 배우지만 강렬해 보이는 느낌도 사실이다. 


영화의 초반은 뻔한 은행 털이범 일행 4명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전문가 포스가 물씬 풍겨나던 그들은 누군가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갑자기 위험에 처하고 이들이 가져온 물건 중에 하나가 유력 정치인의 음모와 연결되어 있다. 그 정치인의 다이아몬드까지 훔치긴 했지만 무엇이 더 소중한지는 쫓는 사람들이나 쫓기는 사람들이나 애매모호하게 그려진다. 

올가 쿠릴렌코가 연기한 알렉스라는 전직 요원은 알고 보니 전설적인 요원으로 음모에 휘말려 도망 다니지만 여전히 전설로 남아 있는 요원이다. 엄청난 정신력과 판단력 그리고 육체적인 능력은 남자를 능가하고 남는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캐릭터이지만 그녀의 매력 덕분인지 몰라도 허술한 짜임새이지만 볼만하다. 

모든 것을 그녀에게만 의지하다 보니 한계는 분명하게 보이긴 했다. 악당들은 대부분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단순 무식한 데다가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악역조차 허술하기 그지없다. 영화 속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는 악역이 주인공에 못지않은 강함을 가지고 있던지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길 수 없어야 했지만 워싱턴은 내내 그녀에게 끌려 다닐 뿐이었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어떤 모멘텀을 가졌는지에 대해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처음에는 조용하게 움직이다가 한 번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의 에너지는 가속도를 받는 것을 제대로 그려낸 것 같다. 그녀의 선형 운동량을 보면 그 어떤 대상에도 두려움이 없으며 모든 것에 대한 계산을 해놓고 사는 캐릭터 같아 보인다. 


누군가 한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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