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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5. 2023

군도, 민란의 시대

왕은 무력하고 백성은 도탄에 빠진 시절을 돌아보다. 

얼떨결에 왕위에 오른 강화도령이 죽기 1년 전을 그린 영화가 있다. 강동원, 하정우, 이경영, 이성민, 마동석, 조진웅 등이 출연한 작품 군도, 민란의 시대는 혼란했던 조선의 허망함을 보여주고 있다. 철종은 1831년(순조 31)에 전계대원군의 서자로 태어났다. 전계대원군은 정조의 이복동생인 은언군의 서자로 아버지 은언군은 신유박해(순조 1) 당시에 부인 송 씨, 며느리 신 씨(상계군의 부인)와 함께 사사되었다. 1849년 6월 6일 헌종이 후사 없이 죽자 순원왕후는 영조의 유일한 혈손인 전계군의 아들 이원범을 왕위 계승자로 지명하며 얼떨결에 왕위에 올라 불행한 왕의 역할을 수행한다. 


철종은 1851년(철종 2)에 순원왕후의 친척인 김문근(金汶根)의 딸을 왕비로 맞이하니, 그가 철인왕후(哲仁王后)다.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들어 '저 세상 텐션'을 갖게 된 중전 김소용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 사이에서 벌어지는 영혼가출 이야기로 등장한 적이 있다. 철종은 잘못된 정치도 바로잡지 못했고 백성들은 거지와 같은 삶을 살았다. 500년을 이어 온 이 씨 왕실의 씨가 말라 가는 가운데 철종은 1863년(철종 14) 12월 8일에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정조시대가 끝나고 조선은 가파르게 내리막 기를 내려간다. 양반가문들의 탐욕이 극에 달하고 조선왕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앉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연히 조선왕들도 백성의 생활은 관심도 없었다.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이 군도의 시대적 배경이다. 힘없는 백성의 편이 되어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적 떼인 군도(群盜), 지리산 추설이 있었다. 영화의 대결구도는 쌍칼 도치 vs 백성의 적 조윤이다. 잦은 자연재해, 기근과 관의 횡포까지 겹쳐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져 가는 사이,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인 조윤은 극악한 수법으로 양민들을 수탈,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로 성장한다. 

많은 대중을 만나기 위해서인지 피가 난무하는 장면은 보기 힘들다. 대결하는 장면들은 군무에 가깝다고 할라나.. 액션을 희생하는 대신에 스토리를 선택한 듯하다. 강동원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재미있다고 느낄만하다. 15세 관람가라 그런지 잔인한 무기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잔인함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도치와 조윤에 너무 큰 비중을 두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스토리는 축약이 되어버렸다. 액션 활극이라고 보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마저 든다. 전체적으로 볼만한 영화는 맞지만 조금 더 피 튀기는 그런 모습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무거운 영화라고 생각하고 감상하다가 천보와 도치의 대화에서 숨어 있는 유머코드가 이 영화를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휘두르는 검의 검무를 보이는 조윤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잔인하가 이를 데가 없는 인간이다. 조윤의 상대은 순백해 보이는 백정에서 마초향기를 풍기며 사내로 바뀌게 되는 하정우가 포스를 제대로 보여준다.  

세상에 정말로 평등해지는 세상이 올까? 정권이 바뀌고 왕조가 바뀌어도 만백성이 평등해지는 세상이 온 적은 없다. 영화 군도에서 괴력 천보, 속공 금산, 유사 땡추, 전략가 태기까지 모였기에 이들은 백성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백성들의 난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지배층이 잘 다스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먹고살만한 일자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갈라진다. 해 먹어도 적당히 해 먹으면 나라경제가 그나마 돌아가고 특권층에게 모든 이윤이 돌아가면 백성들에게 돌아가는 떡이 줄어들기 때문에 참으래야 참을 수 없는 순간에 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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