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스의 홀리데이가 울려 퍼지던 1988년 10월
1988년과 2023년을 비교한다면 비교도 안될 만큼 경제규모도 커졌고 사람들 삶의 수준도 상당히 좋아졌다. 정치적인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나 경제적으로나 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민주화가 되었다고 볼 수가 없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고 언제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다. 변호사가 법리적으로 잘 해석해서 범죄자의 형량을 낮추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온전히 돈에 의해서 되는 것은 법리적인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최근에도 강력사건이 일어나고 있듯이 감화가 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익산에 가면 교도소세트장이 있는데 그곳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바로 영화 홀리데이를 제작하면 서다. 교도소 세트 건립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6월 중순부터 시작해 7월 말까지 50여 일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총 5개 동의 건물이 들어서는 교도소 세트 제작을 마쳤다. 지금은 익산의 여행 명소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10월 16일 북가좌동의 한 가정집에서 인질극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던 그는 경찰에 팝 그룹 비지스의 'holiday'를 틀어달라고 요구해서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성장하는 환경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불우한 환경이나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 지배되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말할 때 범죄 분석가들은 쉽게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식이라면 누구라도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말도 성립이 된다. 사실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것들은 보이지 않는 제약도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익산은 자주 가는 곳이어서 가끔씩 홀리데이 영화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지강헌은 시인이 꿈이었으며, 설득력 있는 말솜씨를 가지고 있었던 지강헌은 범죄자였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세상, 돈으로 검사도, 판사도 살 수 있는 세상, 죄를 지어도 돈이 있으면 무죄, 돈이 없으면 유죄인 세상이라는 말은 매우 설득력이 있으며 시대를 반영하는 진실의 메아리이기도 하다.
엘리트 체육환경을 만들어놓은 1980년대 세계올림픽에서 세계 4위의 감흥이 사라지기 전 징역 7년, 보호감호 10년형을 받아 복역 중인 지강혁과 죄수들이 호송차를 전복 탈출하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보호감호라는 것은 지금처럼 전자발찌를 차는 것과는 개념이 전혀 다르다. 그냥 다른 교도소라고 보면 된다. 분명히 징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두어놓는 법의 이상한 형량이 있었던 때다. 9일 동안 서울시내 곳곳을 누비며 원정강도와 인질극을 벌여온 지강헌과 탈주범 일당은 1988년 10월 16일 북가좌동의 한 가정집에서 16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이다 주범인 지강헌은 사살, 2명은 자살, 1명은 검거되었다.
무허가 주택 철거작업 중에 안석의 총에 친동생과 같은 주환을 잃은 강혁은 이에 항거하다 교도소에 수감되게 되고, 안석은 강혁이 수감된 교도소에 부소장으로 부임하면서 목숨을 건 혈투가 시작된다. 전두환 때에 공권력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권리를 앗아갔다. 언론을 완벽하게 통제하던 그때에 국민들은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머니조차 전두환이 무척이나 잘 정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생각은 오랫동안 유지가 되었다. 눈을 뜨고 귀가 열린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된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표현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정의롭게 돌아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