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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7. 2017

히든 피겨스

차별을 넘어선 여성들

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NASA 프로젝트의 숨겨진 천재들의 실화를 그린 작품 히든 피겨스는 3월에 개봉 예정인 영화이다. 얼마 전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어떻게 사람을 달로 보냈을까라는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국의 우주개발 역사는 소련의 주도로 인해 급격하게 진전된 바 있다. 무인 우주선과 유인우주선을 우주로 띄우는 것은 고도의 계산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자체 기술로 만든 로켓으로는 아직 인공위성도 띄우지 못하지만 우주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미국은 일찍이 인간을 우주로 보냈으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낸 나라이기도하다. 


지금도 완전히 차별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과거에 비해 유색인종의 인권이 상당히 개선되었고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차별은 없다고 볼 수 있는 나라 미국의 1960년대는 거의 전분야에서 유색인종의 차별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유색인 지정 컴퓨터, 유색인 지정 식당, 유색인 지정 화장실, 유색인 지정 커피포트 등 가장 앞서 나간다는 NASA에서 조차 그들의 차별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미국의 우주공학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세명의 흑인 여성이 있었다. 



지금이야 컴퓨터가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계산을 해내지만 1960년에는 인간이 그 역할을 대부분 수행했어야 했다. 영화의 주인공 세명은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매리 잭슨으로 이들은 수학, 물리, 기계에 특화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온갖 편견과 차별에 맞서면서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무너트릴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작용한다. 

Hidden Figures라는 의미는 숨겨진 인물이라는 뜻으로 지금도 수많은 영역과 분야에서 히든 피겨스가 존재한다. 회사에서 능력도 없으면서 부하직원들의 공을 가로채는 사람이나 학계에서 교수라는 이름으로 제자들의 실적을 가로채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히든 피겨스가 많은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이다. 흑인 그리고 여성에 대한 차별에 굴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의 기회까지 박탈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 여성중 캐서린 존슨은 유인 유주선의 궤적으로 성공적으로 계산해내어 훗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 우선 학벌의 벽과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점수와 영어로 줄 세우기를 한다. 그 사회에서 진정한 인재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분야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며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특수분야에서만 경쟁력이 있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분야에서 부각하는 산업은 거의 없다. 


영화 속에서 흑인을 차별하고 악의(?) 축처럼 그려지는 사람들은 백인이다. 그러나 백인들도 그냥 그때까지 해왔던 탄성대로 살아갔을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차별을 당연시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과연 정당한가? 능력에 상관없이 학벌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 시스템은 어떠한가? 차라리 뻔하게 눈에 보이는 유색으로 인해 차별을 받는 것은 눈에라도 확 뜨이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을 하는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들은 외부의 차별과 내면의 고통을 딛고 결국 시대의 주역이 되는 데 성공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며 우뚝 선 흑인 여성들의 뒤에서 그들을 지지했던 열린 생각의 소유자 본부장 알린 해리슨 같은 사람이 한국사회에서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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