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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8. 2017

로건

절망적인 삶을 살아간 남자

세포의 복제와 파괴과정이 일반 사람들과 달라 노화가 매우 늦게 오는 뮤턴트이며 강한 근육과 불가항력의 회복력을 가졌기에 울버린은 X맨의 중심에서 활동을 했다. 생각만큼 인기는 끌지 못했지만 울버린 독자 시리즈로 나올 만큼 휴 잭맨의 울버린은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울버린으로만 불리던 남자가 본래 이름인 로건으로 돌아왔다. 이는 뮤턴트로서의 활약이 아닌 인간성이 더 강조된 사람으로 그려낸다는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남북전쟁 이전에 태어나 타고난 살상능력을 발휘해 남북전쟁과 양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등에 참전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전쟁광이자 살인광으로 철저히 이용당해 싸운 남자 로건은 뮤턴트 강화 프로젝트에 참가해 그나마 약점이라면 약점이었던 뼈조차 아다만티움으로 바꾸면서 최강의 무기로 거듭난다. 영원히 계속 살 줄 알았던 로건조차 아다만티움의 독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2029년에는 흰머리와 덥수룩한 수염, 피부는 뇌쇄 하여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했다. 게다가 고통스러워 술 없이는 살지 못하고 어디서 다쳤는지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니는 아주 평범한 인간으로 변해버렸다. 


우리가 알던 그 울버린이 아닌 인간 로건으로 숨어서 지내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혹까지 달고 있었으니 과거 명석한 두뇌로 X맨을 이끌며 리더 역할을 해온 프로페서 X는 퇴행성 질환을 앓으며 로건에게 보살핌을 받는 존재로 전락했다. 많이 늙은 노병과 조금 젊은 노병 둘이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사는데 꿈이 있다면 단 하나 요트를 사서 그곳에서 말년을 보내는 것이다. 프로페서 X는 그 큰 저택을 판 돈을 어디다가 두었는지 거지신세에 로건이 리무진 기사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돈을 벌지만 수중에 있는 돈은 45,000달러뿐...


치매끼가 있는 프로페서 X의 헛소리를 들어가며 겨우겨우 조용하게 살고 있는데 로건에게 설상가상으로 어떤 아이를 돌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게다가 그 뒷배에는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비인가 정부조직이 쫓아오고 있다. 2029년에는 유전자 조작 등으로 인해 뮤턴트들이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기관에서는 과거에 축적해놓은 뮤턴트들의 DNA를 이용해 살상 무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23호들이라고 불리던 아이들은 유전자 조작 등으로 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인간성이 있어서 무기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모두 폐기하고 인간성이 없는 24호를 이용하기로 하지만 인간적이면서 가난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이들 여럿을 데리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로건의 DNA를 받아 아다만티움을 이식한 로라라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찾아온 인간적이면서 가난한 비정규직 여성은 로건에게 20,000달러(로건은 요트를 살 수 있다는 꿈에)를 주며 로라를 맡긴다. 정상적으로 잘 인계되면 되겠지만 그들이 갑자기 급습하면서 이들의 도피는 갑작스럽게 시작된다. 치매 걸린 노인네와 사회 물정 모르는 아이 로라에다가 자신의 몸도 성치 않은 로건은 말 그대로 고생길이 열렸다. 

노화하는 것을 그렇다 치더라도 치유능력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로건은 말 그대로 애잔하다. 겨우겨우 막아내고 겨우겨우 싸우면서 전진한다. 로건에게 주어진 능력은 그에게는 저주였다. 그의 소중한 사람은 모두 죽었으며 자신이 죽이고 싶지 않더라도 죽인 상대가 계속 꿈에서 나타난다. 염세적 허무주의에 빠진 로건은 항상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총알을 가지고 다니면서 죽을 그날을 꿈꾼다. 그래야 벗어날 수 있기에 말이다. 


로건은 자신과 비슷한 인생을 살 것 같은 로라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고 돌연변이 아이들이 모여있다는 에덴으로 향한다. 도망치는 과정 중에 수많은 살상이 일어나고 핏빛 선혈 낭자한 액션씬이 난무한다. 로건뿐만이 아니라 로라의 손에도 사정이 없다. 과감하게 신체를 베어버리고 찍고 뚫어버린다. 

일반 사람들의 두배가 넘는 삶을 살았지만 로건의 인생은 고통과 고독함이 점철된 삶이었다. 오히려 짧게 살 수 있다면 그 고통이 줄어들 텐데 마음대로 죽는 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아다만티움의 독성으로 인해 신체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이제 로라를 지켜야 할 힘이 있어야 하는데 조금만 뛰어도 힘들게 된 몸 쓸 육신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절망적인 삶을 살아왔던 로건에게 마지막 희망이며 헌신성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대상 로라를 위해 고통과 희생은 그냥 인생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로건이 영화 상영시간 내내 당당하게 싸우는 모습이라던가 제대로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절망스럽고 괴롭고 서글픈 그의 모습이 그냥 애처롭기만 하다. 상처 입은 야수가 자신의 마지막 누울 곳을 찾아 떠나는 것처럼 그의 한 발 한 발 행보는 무겁고 힘들었지만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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