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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1. 2017

공조

두 남자의 불협화음

가벼운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들 취향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코미디도 액션도 아닌 영화가 범람하고 있는 느낌이다. 공조는 코미디보다는 액션에 가깝지만 생각보다 많이 유치하다. 송강호와 강동원이 콤비를 이루어 찍은 영화 의형제는 나름 의미도 있고 연기 캐미가 좋았지만 공조는 유해진과 현빈의 연기 캐미도 어색할뿐더러 쓸데없이 어깨에 힘이 들어간 북한 사람들 연기로 인해 시종일관 불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한국 사람들이 혹은 제작자들이 생각하는 한국형사와 북한 형사의 고정관념은 아래와 같다. 


한국형사 (자본주의에 쪄들어서 나사가 한 두 개쯤 빠져있음) = 북한 형사 (사상에 충실해서 융통성이 없음)

한국형사 (너무 뻔해 보이는 가족적인 구성) = 북한 형사 (북한에 남겨둔 가족) 


간혹 북한에서 내려오는 첩보원들이 다소 우스꽝 스럽게 그려질 때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군기가 바짝 들어 있는 그런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리고 한국의 발전된 디지털 기기에 다소 낯설어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공조에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없는 북한은 일명 슈퍼노트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 슈퍼노트를 훔쳐서 돈을 벌려는 차기성은 그의 부인을 죽이고 림 철령에게 총상을 가한 뒤 삼합회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향한다. 


몸 사리는 형사 강진태는 우연하게 남북 공조수사에 차출되어 림 철령과 함께 하게 된다. 누군가를 죽인 살인자를 잡는 일에 투입될 것이라는 모호한 정보만을 받은 채 림 철령을 최대한 밖으로 돌리려고 하지만 모든 일에 열심인 림 철령은 그럴 생각이 없다. 서로를 적당히 속여가면서 자신의 실속을 챙겨가는 가운데 어설픈 공조수사는 지속이 된다. 딱히 긴장감도 없고 가끔 도심에서 육박전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영화의 전체 전개와는 그렇게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공조에서 악역은 차기성과 그의 일당들이 거의 유일한데 이들은 그냥 분위기만 무겁게 깔뿐 마치 방관자적인 모습으로 자신이 돈을 버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북한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목소리를 깔아야 되는지 모르지만 목소리가 묵직하지 않은 배우들이 목소리를 깔면서 평소에 알던 그 모습과 괴리가 생긴다. 

이들의 출연진과 줄거리만 보아도 어떻게 전개될지 미리 아는 느낌은 무엇일까. 코믹을 담당하는 유해진이 남한의 형사를 맡아 어딘가 모자라고 현실적인 가장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들 가족은 아마도 끝부분에서 인질로 사용될 것이다라는 정도는 영화 좀 본 사람이면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빈이 맡은 림 철령은 특수부대 출신답게 화려하게 깡패들을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주며 강진태를 놀라게 해 준 다음 결국 그들의 가족을 구해준다는 뭐 그런 그림이 예상되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흘러갔다. 

터널이나 교량 등에서 펼쳐지는 차량 액션씬은 무언가 엉성하다. CG와 적당하게 얽어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부서지는 느낌이 나지만 통쾌하지는 않다. 영화는 생각보다 밋밋했고 두 남자의 액션의 앙상블은 평이한 수준에 머물렀다. 굳이 북한을 끌어들인 공조수사를 해야만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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