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Sep 28. 2023

우중속의 옥천카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배움이 필요하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그것이 왜 잘못되었고 잘못된 행동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사람은 그냥 나이를 먹을 뿐 성숙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잘못된 선택 혹은 잘못된 만남의 시간을 돌려서 다르게 살아 내고 싶다는 생각은 경험과 배움을 통한 성장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과거에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를 날 옥천의 대청호반에 자리한 카페를 찾았다.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여 지은 카페라서 안에는 큰 암석도 있고 자연과 어울리도록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특히 야외에 카페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옥천군의 핫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카페의 마당으로 들어가니 꽥꽥대는 오리가 반겨준다. 사실 반겨주는 것인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에 항의를 하는 것이지는 알지는 못한다. 아직은 오리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니 말이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소설책 책 읽어주는 남자가 생각난다. 독일의 법대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대표작으로 2차 대전이 휩쓸고 간 독일의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36세 여인과 15세 소년의 뜨거운 사랑을 담아낸 소설이다. 비가 오는 날은 책을 읽기에 좋은 때다. 비 오는 소리가 신기하게도 책을 읽는 그 리듬과 어울린다고 할까. 

수변공간이기도 한 이곳에서 사람들을 인증숏을 찍어 SNS에 남기기도 한다.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 전후 세대가 직면한 진실과 그들이 소통하며 겪는 고통, 인간의 수치심 등에 대한 다층적인 이야기가 남긴 그 소설에서는 한 여성의 진정한 성장을 담고 있다. 

탁 트인 공간의 내부로 들어와서 음료를 주문해 본다.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따뜻한 음료를 주문해 보았다. 구석구석에 자리한 카페들은 열린 쉼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카페의 뒤에는 밤나무가 몇 그루 심어져 있는데 그곳에서 열린 밤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팔고 있는 밤은 씨알이 상당히 굵은 편이다. 최대 명절이며 풍성함이 있는 추석이 찾아왔다. 알밤을 가득 넣은 갈비찜부터 손녀들과 함께 만드는 율란이 어울리는 때다. 

카페 안에는 바위 하나를 파내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카페 건물을 지어두었다. 이 바위에서는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바위가 없으면 테이블 두어 개쯤 더 놓을 수 있었을 텐데 그대로 활용한 것은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윤기가 흐르고 찰진 햅쌀밥에 잘 어울리는 밥도둑 음식들이 식욕을 돋우고 잘 익은 밤을 쪄서 먹는 것이 좋은 때다. 명절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밤은 일반적으로 알이 세 톨이라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상징해 삼정승이라 불렸다고 한다. 

꼭대기층에 올라오면 대청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야외테이블이 놓여 있다. 두 명이 앉아서 한 방향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두 사람이 한 방향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30대의 성숙하고 강인한 여인부터 60대의 힘없고 초라한 죄수가 되었던 여성은 자신이 과거에 했던 행동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아왔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주는 남자를 통해 자신이 과거에 했던 행동이 용서받지 못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수치심을 느끼고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성장의 결과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의 장구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