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Oct 05. 2023

가을품은 쉼터

한옥과 자연을 품은 계룡의 그리다 Cafe 

쉼터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보통은 사회적으로 약자에게 일시적인 거주나 보호를 제공받는 공간을 연상할 수도 있다. 쉼터는 가볍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살면서 가볍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숲 속에서 보는 원두막이나 방갈로, 쉘터등을 갖추어놓은 계룡시의 카페가 있다. 이곳은 가을을 품은 쉼터 같은 곳이다. 

그리다는 카페의 중심이 되는 건물은 한옥이지만 너른 대지에 정원을 조성해 두고 투명 쉼터 방갈로나 원두막, 테라스 파고라등이 먼저 눈에 뜨인다. 음료를 주문하고 마치 정원을 산책하듯이 걸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곳곳에 가을에 볼 수 있는 핑크뮬리도 보이고 벤치들도 놓여 있다. 다르게 시작해서 하나가 되는 것에 연리(連理)라는 것을 붙인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켜 이어지면 연리지, 떨어져서 자라다가 뿌리가 엉키게 되면 연리근 등으로 불린다. 

헤어질 무렵 은근히 거듭 전하는 말이 있었으니

그 말에는 둘이서만 아는 맹서가 들어 있었지

칠월 칠석 장생전에서

깊은 밤 남몰래 속삭인 말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

장구한 천지도 다할 때가 있지만

이 한은 면면히 끊일 날 없으리라


장한가(長恨歌)- 백거이 

이곳에서 가을을 만끽하기에 가장 이쁜 공간은 바로 이곳이다. 단차를 둔 테라스에 벤치가 놓여 있고 안쪽에는 투명창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테이블이 몇 개가 놓여 있다. 더워죽을 것 같지도 않고 얼어 죽을 것 같지도 않은 이맘때에 가면 딱 좋은 느낌이다. 

정원에는 당연히 연못도 조성이 되어 있다.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두어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산책을 하면서 돌아보니 2층구조로 만들어진 한옥 건물이 보인다. 이곳에서 더 위쪽으로 올라오면 산림욕을 할 수 있는 계룡의 향적산이 나온다. 향적산을 넘어가면 논산이 나온다. 

가을이 되면 더욱더 변화무쌍한 온도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우리의 삶이나 감정, 능력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수많은 실타래가 만들어지면서 어떤 것은 연리지처럼 이어지고 어떤 실타래는 그냥 끊어지기도 한다. 

이제 연리지로 들어가서 음료 한잔을 주문해 볼 시간이다. 

연리지라는 카페의 특징이라면 바로 나무다. 집에 놓으면 좋을만한 이쁜 테이블들이 있다. 한옥의 특징처럼 대칭이 아닌 비대칭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특징이다. 

대화를 하는 이유는 어쩌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공간의 힘일 것이다. 쓸데없이 미안해하고 지나치게 감사하는 것보다 세상이 뭐라 하든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지킬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을품은 쉼터가 필요한 것은 결국 자신 때문이다. 

연리지는 구석구석에 빈 공간에 몇 명이 모여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결코 자신을 떠나지 않을 유일한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문득 연리지 같은 가을품은 쉼터가 필요하지 않은가. 

매거진의 이전글 우중속의 옥천카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