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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2. 2023

역사 속의 법의학

산청에서 만나는 오래된 법의학의 역사와 의미

요즘에 범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해서 그런지 법의학과 관련된 사람들이 TV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오늘날의 법의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2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초기에 어떤 사람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을 때 법의학적 증거로 제출되는 내용은 주로 사인이나 사망 시각을 밝히는 정도였다. 셜록 홈스같이 추리력이 상당하면서 전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는 이상 세세한 것을 알아내는 것은 불과 수십 년 전부터였다. 

산청 항노화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경북 산청에 가면 기획전시로 열리고 있는 법의학 특별전을 볼 수가 있다. 세원-원한을 씻어주고, 무원-원한을 없게 하며, 평원-원한을 잠재운다는 것이 조선시대 법의학의 핵심적인 가치였다. 

현대 법의학의 발달은 과학 전반의 발달과 발맞추어왔다. 오랜 시간 불행하게도 당시의 의학 수준은 과학이라기보다 미신에 가까웠다. 현대의 법의학은 서양의학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19세기 들어 인간의 신체와 해골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관찰과 측정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데 많은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체를 검험하는 것은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이 달려 있다. 지방의 관리 중에 친히 검시하지 않고 아전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다 하니 이는 온당치 못하다. 반드시 친히 검험하도록 하라." - 1432년 세종의 교시 

법의학은 동양뿐만이 아니라 고대에도 있었고 서양에도 있었다. 동아시아의 법의학은 유럽의 법의학보다 약 300년이 앞섰으며 중국의 법의학전문서 '세원집록'과 무원록'은 유럽과 동아시아 전역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의학서라고 한다. 

법의학은 법률상 문제 되는 의학적 사항을 과학적으로 밝혀내어 이를 해결하는데 법운영에 도움도 주지만 근본적으로 인권옹호에 이바지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이곳에 전시된 책자나 기록들은 조선시대들의 것이기도 하다. 증수무원록에서는 검험관이 하루이상 걸려 검시현장에 도착할 경우 투숙장소가 사건의 이해당사자의 집이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건과 무관한 장소를 골라 숙식을 해결하였다는 것이다. 

검시에 필요한 것들은 지금과 다르지만 예전에도 있었다. 범죄 현장 조사에 기본 원칙은 20세기 초 프랑스의 에드몽 로카르가 간략한 경구로 표현한 바가 있다. '모든 범죄는 증거를 남긴다'는 지금도 모든 현장에서 적용이 된다, 

코난 도일이 소설을 쓸 때 모델로 삼았던 벨 박사는 자기 앞에 놓인 사물을 대상으로 추리했다. 말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게 되는 능력은 관찰에서 비롯이 된다. 관찰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보고 읽어야 하며 관심이 있어야 한다. 법의학은 결국 인문학적인 관심에서 비롯된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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