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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3. 2023

당신의 계절은

홀로 모든 의미를 담은 것 같은 반계리 은행나무

가을이 되면 나무에 자리를 머금고 있었던 나뭇잎들이 물들기 시작한다. 다른 색으로 물들어가는 가는 나뭇잎들도 있지만 노란색의 물결로 물들어가는 대표적인 가을의 운치를 만드는 나무는 은행나무다. 시기만 다를 뿐이지 은행나무는 같은 색으로 물들어간다. 좋은 곳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누군가에게 물들어가기도 한다. 때론 어떻게 물들어갈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어떻게 물드는 것이 이쁠지는 누구도 말해주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물이 든다.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할 때는 이쁜 줄을 몰랐는데 떠나고 멀리서 보니 이쁜 것을 알게 되었다. 휴가만 되면 강원도에서 빠져나오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건만 왜 그때는 이런 모습을 몰랐을까.

금산의 보석사에 자리한 은행나무도 상당히 크지만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는 그 나무와 달리 더 규모가 있어 보인다. 

은행나무는 흔하게 보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오래전에는 수십 종이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다. 은행나무를 퍼트리게 하는 매개동물이 사라지면서 대부분이 멸종하고 우리가 흔하게 보는 은행나무 한 종만 살아남아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원주굽이길에 자리하고 있는데 원 7코스 반계리은행나무길이다. 스탬프 투어로 스탬프를 찍어볼 수가 있다. 

원주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60억 원을 들여 반계리 은행나무 주변 부지 1만 6200㎡에 광장을 조성하는 등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2024에는 주차장에서 은행나무 광장을 연결하는 162m의 보행자 전용길과 은행나무 숲길을 만들어지게 된다. 

수령이 800년 혹은 1,000년을 훌쩍 넘는다고 추정되는 반계리 은행나무는 196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어 인증숏을 찍은 수많은 사진들이 SNS에 떠돌고 있다. 

거대한 반계리 은행나무는 여러 그루가 하나로 합쳐진 것 같이 보이는데 거대한 나무답게 나뭇가지들이 지지대에 기대어 펼쳐지듯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곳에는 오래될수록 나무는 마을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바타에서 등장하는 영혼의 나무(Vitraya Ramunong)는 나비족(Na’vi)의 수호신인 에이와(Eywa)와의 연결고리. 에이와가 나무의 씨앗을 통해 세상과 직접 소통하는 수단으로 나비족(Na’vi)에게 매우 중요한 영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그려졌다. 

2023년 올해의 단풍예상시기는 산림청의 자료로 보건대 강원도는 10월 말쯤이라고 한다. 실제 이곳을 가본 사람들은 반계리 은행나무가 보여주는 웅장한 모습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누군가에게는 좋은 점을 가려서 쫒을 수 있고 좋지 않은 점은 스스로가 고치면서 가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사회의 불행의 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영향력을 이룬 자는 누군가에게 당신의 계절은 온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반계리 은행나무를 이른 아침에 돌아보고 난 후에 노랗게 물들어가는 그때를 상상해 본다. 

계절이란 살아 있는 동안 매년 한 번씩은 쌓이는 것이다. 나름의 성공이 있고 실패가 있다면 시간이 지나 성공의 합이 더 커졌을 때 비로소 자신의 계절이 온 것이 아닐까. 노력한 것 이상의 결실이 나오는 계절이 있다. 그 계절이 생명체마다 다를 뿐이다. 반계리 은행나무의 계절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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