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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3. 2023

추석 나들이

공주의 공산성을 걷기에 딱 좋은 시간

올해 추석은 다른 명절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든다. 어릴 때의 추석과 성연이 되어서의 추석 그리고 지금은 관점도 달라지고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달라졌다. 올해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공산성으로 나들이를 해보았다. 화려하지만 사치하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고대 왕국 대백제의 고도(古都) 공주. 공주는 과거 금강의 운하로 백제 전성기에는 중국과 교역하던 때에 여러 나루터가 자리하던 곳이었다. 공산성까지 대규모의 물자를 옮겨오려면 배만 한 것이 없었다. 

대백제전이 열리고 있는 공주시의 곳곳에서는 막 수확한 밤을 크기별로 분류를 하고 있었다. 알도 실하고 커서 먹는 맛도 나고 달달한 것이 특징인 공주 정안밤이다. 

2022년에는 각각 20m, 30m 길이의 장랑식 건물(長廊式建物) 2동이 조사돼 추정왕궁지 내부를 중심공간과 생활공간, 그리고 의례 공간으로 구분하는 계획적인 공간 배치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이곳에 그 현장들이 놓여 있었다.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성곽 ‘공산성’, 사적 제12호로 웅진 백제(475~538)를 지킨 왕성으로 1,500년 전 대백제의 찬란했던 순간들과 백제왕국의 위풍당당함이 흔적들로 남아 찾는 이들을 감성에 젖게 만든다. 

가을을 밝혀주는 태양의 아래로 숲의 바람과 금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관으로 인해 오감이 즐거운 공산성은 공주시민들뿐만이 아니라 관광객에도 다른 느낌을 부여해 준다. 공주 사람들은 매일매일이 이곳이 산책지이며 삶의 터전이기도 했던 곳이다.  

2020년 문화재청이 수립한 ‘백제왕도 핵심유적 공주지역 발굴조사 마스터플랜’에 따른 것으로, 공산성 내 백제 추정 왕궁지의 정확한 규모와 구조를 파악하고 왕궁 복원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흔적들이 공산성 곳곳에 있었다. 

백제의 시간은 지나갔지만 만약 멀티버스 같은 것이 있다면 우리는 현존하기도 하고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문주왕이 웅진으로 천도한 것은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이곳 공산성이 바로 그 당시의 웅진성이기도 하다. 

현재도 계속 발굴이 되고 있는 공산성에는 진남루(鎭南樓:南門)·공북루와 암문(暗門)·치성·고대·장대(將臺)·수구문(水口門) 등의 방어시설뿐만이 아니라 남쪽 연못 주변의 골짜기를 메운 토목공사 흔적을 통해서, 현재 추정 왕궁지 내 방형의 평탄지가 백제 웅진기에 계획적으로 조성한 곳임을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금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곳곳에서는 공산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공산성의 추석풍경이다.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오면 인적이 드문 진남문이 나온다. 한강유역에서 493년 동안 통치했던 백제는 고구려에 밀려 위례성을 포기하고 지금의 공주인 웅진에 새 터를 잡았다. 개로왕의 아들 문주왕은 웅진성시대(475-538)를 열면서 부여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공산성은 63년간 백제의 수도였다.

공산성에는 여러 왕들이 피신해서 머물렀다. 백제의 의자왕도 백제패망의 마지막 시기, 고려 현종, 인절미로 잘 알려진 조선의 인조까지 있었다. 성문과 강물이 만나는 국내유일의 공북루에서 바라보는 가을의 금강풍경을 보면서 걸었을 수많은 사람들 속에 필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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