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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6. 2023

가을꽃 피던 날

대전 장동에 핀 코스모스와 개인적인 취미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는 김광석의 노래보다는 가을꽃 피던 날에 좋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은 때가 좋은 날이다. 물론 가을은 편지를 쓰기에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코스모스꽃이 바람에 흩날리며 자신의 존재감보다는 가을바람의 속삭임을 전달해주려고 하는 듯하다. 듣고 싶은 노래나 요즘에 들으면 좋을 노래를 들으며 걷다 보면 세상에 근심걱정이 없는 것처럼 평온해 보인다. 

대전 장동에는 여지없이 가을꽃 코스모스가 셀 수 없을 정도로 피어 있었다. 신이 처음 만들었다는 ‘조화로운 질서’라는 뜻을 가진 단어 코스모스(kosmos)를 주제로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려고 지난달 말 이곳에서는 장동 계족산 코스모스 축제 2023이 열렸다. 

이곳에는 천사의 날개가 있을까. 트릭아트나 여행지를 가면 가장 많이 보는 사진맛집으로 천사의 날개가 그려져 있다. ‘도심 속 가을소풍’을 주제로 주민들이 직접 장동경관농업단지에 조성한 약 4만㎡의 핑크빛 코스모스단지를 비롯해 아름다운 볼거리와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곳이다.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노랫소리에 장단을 맞추는 듯 코스모스도 흔들리고 있다. 

수많은 코스모스 중 자세히 보면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다. 멀리서 보면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가 지나면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꽃눈 형성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지게 되어 꽃눈이 나오고 꽃이 피는 것이 코스모스다. 매년 똑같은 공간에서 피지만 매번 길도 다르고 피는 형태도 다르다. 

마차를 타면서 이날의 분위기를 느끼며 추억도 남겨볼 수 있다. 동그란 모양의 마차에 타고 말이 끄는 대로 가보는 것도 좋다. 탈거리나 즐길거리 외에도 자연물을 활용한 만들기, 어사복 입고 당나귀 타기, 전통놀이 체험 등 ‘장동마을 어사길’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프로그램도 준비가 되어 있다. 

양희은의 노래처럼 가을 아침은 커다란 기쁨이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어릴 적의 기억을 되살려 파란 하늘을 바라만 보기만 해도 좋았던 때로 돌아가본다.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가 연신 나오는 때다. 야외 나들이를 할 때면 옷을 잘 챙겨 입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집에 와보니 천사의 날개를 닮은 원더우먼 1984가 도착해 있었다. 

2023년에서 다시 1984년을 돌아가보면 그 시대는 모든 것이 에너지가 넘쳤던 시대였다. 풍요로움이 있었고 많은 것이 개발되고 나오기 시작했었다. 영화 속의 배경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행복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그 무언가가 아닐까. 모든 인물은 자기 삶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추구하지만 사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음에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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